[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작년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 근거가 된 '3분의 2룰' 정관을 바꿨다. 이로써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27일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결의(참석 주주 3분의 2 동의)에서 보통결의(과반수 찬성)로 바꾸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도 함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대다수 상장기업은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한다.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해왔다.

이는 지난해 3월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당시 2대 주주(지분율 11.56%)인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지분 절반이 훌쩍 넘는 찬성표를 얻고도 지분 2.6%가 부족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대기업 총수가 물러난 첫 사례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을 하루 앞둔 전날에도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작년과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주총에서 미리 정관을 변경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사수하고자 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또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과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고문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정 전 총장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된 작년 주총에 언론과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재진 출입이 제한된 가운데 주주 100여명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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