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창구' 무색...2월 발행액 전월대비 44% 급감

베트남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상당기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발행되던 회사채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27일 하노이증권거래소(HNX)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예고한 채권 발행은 90번건에 이르지만, 발행에 성공한 건 71건에 그쳤다. 총 발행액은 전월대비 44%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이 전체 발행액의 40.46%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고, 증권사와 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2월에는 39개 기업이 175차례에 걸쳐 채권을 발행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총 18조7000억동(약 9600억원) 이상이었다. 만기는 대개 2~5년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채권에 관심을 끊고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 악화 정도에 대한 추산이 정확하지 못한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가 집중됐던 베트남의 부동산 시장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베트남 회사채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자금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은 이미 연초에 낸 전략 보고서에서 올해 베트남 회사채 시장이 일시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조용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첫째, 재무부가 연간 10~11%의 시장 평균 이자율보다 높은 15~20% 이자율을 적용하는 많은 채권들에 대해 경고한 후 투자자들이 채권 발행사의 채무지불능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회사들이 높은 이자만 앞세워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베트남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도 경계감을 키웠다. 지난해 발행액이 40%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특히 은행권은 베트남 회사채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지난해 총 발행액의 32% 이상을 사들였다.

하지만 베트남중앙은행은 최근 은행권을 향해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회사채를 사지 말라고 요구했다. 회사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 어렵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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