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내 1년 뒤로 연기됐다. 당초 오는 7월 24일이었던 개막일을 120여일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 대회 연기에 합의하면서다. 아베 총리는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초유의 올림픽 연기 사태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코로나19 공포가 이미 일본 증시의 '올림픽 버블(거품)'을 붕괴시켰다는 진단도 나온다. 올림픽으로 경기회복을 꾀하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도쿄 올림픽 연기 비용 최소 7조원 안팎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도쿄 올림픽 연기에 따른 일본 경제의 손실이 최소 6000억~7000억엔(6조7000억~7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느 올림픽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가 1조7000억엔 감소할 것이라며, 다양한 파급효과까지 포함하면 손실액이 3조2000억엔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장 등 인프라 건설은 이미 끝났지만,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야모토 카츠히로 일본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손실이 6408억엔쯤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취소의 경우 손실액이 4조5151억엔에 달하겠지만, 연기만 돼도 올해 GDP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카츠히로 교수는 올림픽이 개막할 때까지 경기장을 유지하고, 선수들을 새로 뽑고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만 4225억엔에 이를 것으로 봤다. 

◇"올림픽 거품 이미 붕괴"...아베 조기퇴진설도

일본 증시에서는 올림픽 거품이 이미 터진 지 오래라는 진단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2월 하순부터 도쿄 올림픽 연기를 기정사실화한 채 일본 주가지수 선물을 투매해왔다고 지적했다. 

닛케이225지수 선물과 토픽스지수 선물의 순매도액이 이달 둘째주까지 3주간으로 2조7000억엔에 달했는데, 3주간 순매도액으론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2018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쿄증시 간판인 닛케이225지수가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기 직전인 2013년 9월 6일 1만3860에서 2018년 10월 2일 2만4270으로 1991년 최고치를 기록하기까지 70% 넘게 올랐는데, 이 거품이 이미 붕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는 최근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7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온 아베 총리는 난처한 처지가 됐다. 경기역풍 우려를 무시하고 지난해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단행해 침체를 촉발한 그는 경기를 되살릴 절호의 기회로 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올림픽 연기로 경기가 꺾이면 아베 총리가 조기 퇴진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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