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자사주 매입 위해 알리바바 주식 매각 전망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오랜 지우다. 20년 전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5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이후 알리바바는 성공 가도를 달렸고, 중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IT(정보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잠재력만을 보고 알리바바에 투자했던 손 회장도 돈방석에 앉았다.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 가치가 수십억 달러로 뛰어오른 것. 손 회장의 알리바바 투자 성공 사례는 스타트업 열풍으로 이어졌다. 

알리바바 대박 투자, 결국 호사다마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거품이 걷히면서 투자 열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손 회장은 제2의 알리바바 신화를 쓰겠다며 100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결성했지만 차량공유업체 우버, 사무실공유 회사 위워크 등 대형 실패로 이어졌다. 소프트뱅크 전체 실적까지 악화하면서 손 회장은 구석으로 몰렸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폴 에리엇 싱어가 운영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폴 엘리엇 싱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프트뱅크를 파고들었다. 소프트뱅크 주가가 내려간 틈을 타 지분을 대거 확보했고, 즉시 손 회장을 압박했다. 자사주 매입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결국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했다.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현금화해 4조5000억엔(약 51조8000억원)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2조엔(약 23조원)가량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매각할 자산 중에는 알리바바 주식이 약 17조원어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떨고 있는 쿠팡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연합뉴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을 판다는 소식에 떨고 있는 기업이 있다.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쿠팡은 짧은 시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많은 부채를 떠안아야 했다. 2018년 기준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가 각각 1조970억원, 1조1130억원에 이른다. 

쿠팡의 부채 비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이 손실을 보고 투자를 물릴 수도 있다. 다만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상장을 앞두고 흑자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소프트뱅크가 흔들릴지언정 쿠팡의 추가 투자 유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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