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확진자 0명, 해외 역유입 위기감, 한인 피해 커질수도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역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역유입 위험이 증가했다고 평가한 뒤 "어렵게 달성한 (코로나19 방역의) 좋은 추세가 역전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그가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모인 회의에서 "전국의 방제 상황이 계속 호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날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 34명은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채 입국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제 입국 통제를 강화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 사례를 막는 게 최대 과제가 됐다.

권위적인 상명 하달식 정부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다. 주요 지방정부는 중국인을 포함한 입국자 전원을 강제 격리하고 격리 비용까지 전가했다.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은 의료보험이 없을 경우 검사·치료 비용을 입국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강제 격리 조치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비용 부담이 걱정되면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다. 

베이징으로 향하는 국제선 항공편을 인근 톈진에 먼저 착륙시켜 무증상자만 베이징 진입을 허용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심지어 보건 당국자 입에서 해외 유학생은 귀국을 자제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괜히 바이러스를 달고 들어와 민폐 끼치지 말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거의 사라진 대신 해외 역유입 사례가 늘면서 입국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은 "정부는 공항과 항구를 막고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및 화교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군불을 지피고, 일부 시민들은 "현 시점에 귀국하는 건 이기적인 행태"라며 기름을 붓는다. 

피가 섞인 동포에 대해서도 이 정도인데 외국인 입국자를 향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베이징 한인촌인 왕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눈치가 보여 웬만하면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민은 "중국이 안 좋을 때는 한국이 괜찮다가, 중국이 안정되나 싶더니 한국의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며 "양국을 오가는 교민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두 번 겪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중국 각지에서 조업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입국 통제가 강화된 탓에 한국의 기업 관계자와 엔지니어들의 중국행이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생산·영업·판매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는 피폐해진 서민 경제 부양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 중인데, 도산 직전인 교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그 정책의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 동분서주 중이다.

중국 내 일부 지방정부를 시작으로 개학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중 간 항공편이 대폭 축소돼 중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이 개학 시기에 맞춰 입국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두 달 전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000명 이상씩 발생할 당시 이런 반전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때 일각에서 주장했던 중국인 입국 금지에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중국 내 한국 기업과 교민의 처지는 지금보다 더 열악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관계를 좌우하는 대원칙 중 하나가 상호주의다.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 제한에 나섰던 미국과 도매금으로 묶여 혐한 정서로 이어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한국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지원하자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한국의 마스크 제조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생산설비 수출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은 이례적으로 한국에 500만장의 마스크 수출을 허용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대(對)유럽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등 코로나19 퇴치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세 역전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탓에 위정자들은 매 순간 신중에 신중을 기한 선택을 해야 한다. 명분과 실리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가 국익을 좌우한다. 아직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정치권 일각의 행태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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