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셧다운' 빗장 걸린 세계 경제

코로나19 확산에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경제활동을 멈춰 세우고 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세계 경제가 다시 골 깊은 침체 수렁에 빨려들고 있다는 우려 속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세계 경제·금융시장의 역학관계를 3회에 걸쳐 짚는다.<편집자주>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대표 명소인 에펠탑 앞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무기한 폐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리원량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한에서 최초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8일 보고됐지만, 첫 환자가 중국 정부의 발표와 달리 지난해 11월 중순 발생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어찌됐든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은 더디기 짝이 없었다. WHO는 지난 11일에야 코로나19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내렸다. 전 세계에서 13만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뒤였다. 1월 말에 우한에서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이제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대륙으로 퍼졌다. WHO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50분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명,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봉쇄·폐쇄에 멈춰선 세계 경제

코로나19 확산 공포는 세계 경제를 멈춰 세웠다. 세계 각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22시 현재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나 지역이 138곳에 이른다. 그동안은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국가가 주요 봉쇄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나라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등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미국은 17일 0시(미국 동부시간)부터 유럽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영국과 아일랜드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국내 여행 제한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스콧 스트린저 미국 뉴욕시 감사원장은 15일 뉴욕시 폐쇄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고,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병상 마련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날 CNN의 '스테이트오브더유니언'에 출연해 연방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문제 삼으며 "코로나19 사태는 전쟁과 같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정부와 더불어 뉴욕주와 뉴욕시는 최근 코로나19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뉴욕시가 곧 봉쇄될 것이라는 루머가 한창인 가운데 뉴욕주에서는 이미 50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됐다. 이 여파로 뉴욕 맨해튼 극장가인 브로드웨이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에서는 대형 공연은 물론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프로농구(NBA) 등 스포츠 경기도 잇따라 중단됐다.

프랑스도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15일 자정부터 국가 운용에 필수적이지 않은 다중시설을 폐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슈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전국 레스토랑, 카페, 상점 등에 적용되는 이번 조치는 추가 발표가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

독일 정부는 16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 인접국 국경을 봉쇄하기로 했다. 다만 물류와 통근자의 이동은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셧다운(폐쇄) 바람은 기업활동에도 제동을 걸었다. 항공기 등을 통한 물류의 이동이 제한된 데다, 전염 공포로 정상근무가 어려워지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뻔한 일이 됐다. 

애플은 오는 27일까지 중국 본토 밖에 있는 모든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이같은 매장 폐쇄 조치를 발표하면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밀집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를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나이키는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매장을 16일부터 27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매장은 영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산 공포 진원지가 바뀐 데 따른 것이다. WHO는 최근 유럽이 코로나19의 새 진원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 최대 소매체인 월마트가 단축 영업에 돌입하는 등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감수한 채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터 콘스탄시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결핍과 공급망 장애에서 침체가 비롯되고 있다"며 "레저, 관광, 운송, 에너지, 금융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들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몹쓸 칵테일' 때문에..."세계 경제 이미 침체"

코로나19는 이처럼 세계 경제를 사실상 멈춰 세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자동차 판매가 80% 줄고, 여객량이 85% 감소했다. 그 사이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역대 최저인 35.7로 곤두박질쳤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사실상 멈춰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3.5%까지 떨어지고,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일본 등 주요국이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2조700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국 경제 규모만큼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브루킹스는 최근 '코로나19의 글로벌 거시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팬데믹 중 하나였던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의 피해를 줄 경우, 올해 전 세계 GDP가 최대 9조달러(약 10%) 쪼그라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전문가 4명의 공통적인 견해라고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취한 극적인 조치들이 조합된 '몹쓸 칵테일'(wicked cocktail)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었다고 본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아직 코로나19 사태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아 그나마 낙관적일지 몰라도,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건 새 지표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넷 중 하나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침체가 이 시점에서 90%가 넘는 가능성 아래 케이크로 구워진 듯 하다"고 말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상황이 글로벌 성장에 '몹쓸 칵테일'이 됐다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유럽과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어떻게 피할지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역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올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경기는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정점을 찍느냐에 달렸는데,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봤다.

끝으로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팬데믹이) 장기화하면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이라며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될지는 당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데믹 과정에서 일어난 폐쇄 조치를 정상화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임자들과 달리 지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 팬데믹이 아직 경기침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막을 공격적인 정책 대응이 있다면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2개 분기 이상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우를 경기침체라고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IMF는 통상 연간 3.5~4%가 보통인 세계 경제 성장률이 2.5% 밑으로 떨어지는 걸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IMF는 연초에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3.3%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다른 주요 기관들은 줄줄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족집게'로 정평난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0%에서 2.0%로 내렸고, 국제금융협회(IIF)는 2.6%에서 1.0%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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