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최근 국제유가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그럼에도 생산량을 늘린 주요 산유국 움직임 때문이다. 저유가는 산유국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건설 기업의 해외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원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9일 25% 가까이 폭락하며 배럴당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를 넘던 유가가 석 달도 안돼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는 줄어드는데, 주요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오히려 늘린 것이 수급을 꼬이게 하였다. 지난 6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참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가 열렸으나,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한 것인데, 이에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증산으로 맞대응하면서 유가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원유 공급판매가격을 20% 이상 인하하고,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0만배럴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유가가 급락으로 주요 건설시장인 중동 지역 공사발주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 국가 대부분이 원유 판매에 재정을 많이 의존해서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도 유가가 급락하자 사우디가 예정됐던 모든 투자와 지급 계획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중동 발주는 48% 급감했다. 

이번에도 중동 발주는 매우 줄어들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이번 OPEC+ 회의가 열리기 일주일 전 사우디 정부가 재정지출을 20% 정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유가 하락을 예상하고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를 했다는 의미다. 

다른 중동 국가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바레인과 오만 은행에 대해 "이번 유가 하락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오만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Ba2로 낮췄다.   

다만 중동 산유국이 최근 원유보다 가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르다. 원유 시설 대신 가스 시설 발주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달 사우디 동부 자푸라 가스전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푸라 가스전 개발 사업은 약 11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로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11일 15억달러의 2번 패키지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10억달러의 1번 패키지에도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우리나라 건설사가 참가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된 투자는 유가 급락과 관계없이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원유 증산 경쟁이 유가를 어느 수준까지 낮출지, 미국 셰일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인지, 또 다른 국면은 없을 것인지 등 다양한 변수로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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