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배럴당 30달러 초반으로 급락

[사진=픽사베이]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공급 가격도 낮췄다. 러시아가 국제유가 부양을 위한 추가 감산을 거부하자 오히려 유가를 더 떨어뜨리는 '치킨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경쟁자인 러시아와 미국 셰일업계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석유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간)과 9일, 단 2거래일 동안 35% 가까이 급락하며 배럴당 31달러대로 떨어졌다. WTI 가격이 31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미 셰일석유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급락했다. 그동안 생산량 조절로 원유 시장을 통제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도 과거 유가 급락 때와 비슷하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기가 빠르게 침체하고 있지만 산유국들은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자를 고사시키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사우디는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 추가 감산 합의가 불발되자, 하루 원유 생산량을 최근 1230만배럴까지 늘렸다.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974만배럴)보다 26% 증가한 것이다. 사우디는 석유 공급 가격도 배럴당 6~8달러 인하했다.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피해를 감수하며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는 사우디의 의도는 충격요법으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며 "미 셰일 업체를 견제하면서 유가 방어 책임감을 분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정부 수입의 67.5%를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에게 유가 하락은 치명적"이라며 "저유가 장기화는 정치적으로도 왕위 계승에 박차를 가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제 유가는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까. 석유시장 컨설팅 업체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톰 클로자 수석연구원은 미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석유 수요가 매우 줄어들 수 있다"며 "모든 데이터가 다음 달이 국제 유가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계속 확산하고 경기 침체 속도와 폭이 가팔라진다면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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