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는 행동들로 베트남 사회 공분 일으켜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7번째 확진자(사진 중앙)와 전용기 논란을 일으킨 32번 확진자(사진 오른쪽).

하루에 감염의심자가 100여명씩 증가되고 격리수용이 2만명이 넘어서는 등 베트남의 코로나 확산 추세가 본격화 되고 있다.

34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저지에 현지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부 베트남 부유층들의 철없는 행동들로 인해 방역망이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소위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이 주로 슈퍼 전파자가 되면서 ‘돈 없고 빽 없는’ 애꿎은 인민들만 피해가 커지고 있다.

10일까지 베트남에서는 총 34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을 다녀온 51세 베트남 여성이다. 현재 이 여성은 빙 뚜언(Binh Thuan)성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업가로 알려진 이 여성은 2월 22일 베트남에서 미국 뉴욕을 방문했는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2월 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카타르를 경유해 3월 2일 호치민시 떤선녓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의심 증상을 보여 지난 9일 아침 빈뚜언성 종합병원에 격리됐으며 10일 오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주말 슈퍼 전파자로 분류되는 17번째 여성 확진자 이후 코로나 청정국이던 베트남에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은 관리하기 편한 취약계층인 노동자만 위주로 격리 수용했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층들에 대한 조사는 강제하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의 코로나가 확산되자 두 나라에서 온 현지 노동자와 주재원들만 다그친 결과다. 그러다가 일본계 철강회사 대표의 딸이 유럽에서 코로나에 걸려오면서 난리가 났다. 이 17번째 확진자가 탄 비행기에는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가격리라는 기본적인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마음껏 거리를 확보했다. 언플루언서로 분류되는 17번 확진자는 각종 행사와 파티장에 참석했다. 만난 이들도 대부분 베트남의 상류계층들이다.

17번 확진자와 같은 항공기를 탔다가 감염된 21번 확진자는 베트남 투자국의 고위공무원이다. 21번 확진자 역시 정부행사와 각종 골프모임에 다니면서 슈퍼 확진자가 됐다.

이들이 탄 비행기에는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가득했는데 베트남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긴급히 동선추적을 통해 10여명의 추가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조치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또 어떻게 될지 아직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한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베트남은 지난 6일 17번 환자가 나온 후 나흘간 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17번 환자의 밀접 접촉자들이다. 

SNS상에는 17번째 확진여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대부분 있는 집 자식인 그녀가 유럽에서 확진된 뒤에도 아무런 예방 조치 없이 코로나를 퍼트리고 다닌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32번 확진자의 철없는 행동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에 거주 중인 24세 베트남 여성으로 슈퍼전파자가 된 17번 환자와 지난 2월 27일 런던 모처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의 아버지는 베트남에서 ‘브랜드의 왕’으로 불리는 패션업계의 대부인 조나단 한 응웬(Jonathan Hanh Nguyen)으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자신의 딸을 데려오기 위해 전용기를 띄웠다.

영국에서 딸을 데려오기 위해 보낸 Falcon 8X전용기는 호찌민 시까지 이동 비용만 약 36만 달러(약 5억원)에 이른다. 일반 노동자 월급(호찌민 70만원)의 수백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여성은 전용기를 통해 베트남에 들어온 사실을 인스타에 자랑삼아 올렸다.

또 코로나19의 30번째 확진자로 알려진 영국인 여성과 같은 항공편에 탔던 베트남 풍력발전회사 대표는 격리조치 과정에서 자신대신 직원을 대신 내보내 공분을 사고 있다.

30번째 확진을 받은 여성은 영국에서 하노이 입국후 하노이에서 후에(Hue)로 이동하는 VN1547편을 탑승했는데 풍력발전회사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이 항공편에 같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약자로 LTH로 알려지고 있는데 흐엉 호아(Huong Hoa)지역에서 풍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 이사회 회장이다.

권력층들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자 응우웬 쑤언 푹 총리는 긴급발표를 통해 “확진사실을 숨기거나 잘못된 행위로 조치를 받지 않을 경우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3월 10일까지 베트남은 코로나19 감염의심자가 210명으로 늘었다. 전날대비 하루만에 110건이 증가했다. 베트남 전역에서 강제격리된 사람들의 수는 10일을 기준으로 2만75명으로 전날에 비해 거의 2,000명이 증가했다.

코로나 감염 의심자가 하루에 100여명씩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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