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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증시의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 재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교류가 제한되고, 공급망이 끊기면서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4.08% 내린 1957.05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은 3.69% 떨어진 619.01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증시를 이끄는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 5% 이상 급락했다. 네이버와 LG화학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모두 5%대 하락을 기록 중이다. 

이날 증시가 크게 흔들린 것은 세계 경제가 그만큼 불안해서다. 코로나19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기세를 떨치면서 각국 내수가 붕괴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올 1분기 세계 경제는 최악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가 모두 2~3% 급락세를 보였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한때 6% 넘게 하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오후 1시 47분 현재 전날보다 5.69% 급락한 1만9568.75를 나타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225지수가 1년 2개월 만에 2만엔 선이 붕괴했고, 엔/달러 환율도 3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엔고)이 됐다”며 “유가도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하는 등 코로나19 쇼크가 세계 경기 악화 우려로 연결돼 ‘돈’이 역회전하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락다운 패러독스(역설)’다. 락다운은 ‘봉쇄’란 뜻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출국을 제한하고 기업과 기관, 학교 등을 폐쇄하거나 출근을 제한한 결과 경제 활동이 필요 이상으로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이 그동안은 중국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규모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홍콩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입국 제한 조처를 단행했으며,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밀라노 등 북부 지역을 봉쇄했다. 미국에서도 뉴욕 등에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며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 한국, 이탈리아 등을 대상으로 입국을 중단했다. 

미 국채, 금값 등 안전자산 수요는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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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수요는 폭발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5% 폭락한 0.502%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로 수요가 몰렸다는 뜻이다. 

또 따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급등했다. 8일 국제 금값은 온스당 1700달러(약 20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이 1700달러대로 뛰어오른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하락 출발했다”며 “더 나아가 국제유가가 30% 급락하며 30달러를 하회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특히 외국인이 대부분 업종에 대해 매물을 내놓으며 1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는 등 수급도 부정적이었다”며 “다만 코스피가 장중 1950선 밑으로 떨어지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고, 연기금 등의 순매수로 낙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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