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델타항공 소유…한진칼 경영권 분쟁서 핵심 역할

[사진=델타항공 홈페이지]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 회장 측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현 경영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분 매입 규모가 너무 크다. 델타항공 결정에 따라 한진그룹 운명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델타항공은 최대주주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와 블랙록 등도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월가 자본 아래 놓인 회사인 셈이다. 월가가 장악한 델타항공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이용해 대한항공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연합뉴스]

◇한진칼 2대 주주 된 델타항공

델타항공은 최근 한진칼 주식 176만1074주를(지분율 2.98%)를 장내에서 사들여 한진칼 지분율이 13.98%로 올라갔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지난해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사들이며 처음 주요 주주가 된 델타항공은 이후 계속해서 주식을 늘렸다. 현재 델타항공은 17.84% 지분을 가진 KCGI에 이어 한진칼 2대 주주로 떠올랐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늘리면서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델타항공을 뺀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30% 미만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에 맞서는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3자 연합’은 약 38%다. 델타항공이 조 회장을 지지하지 않으면 경영권이 3자 연합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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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는 정말 백기사일까

일각에서는 이익 만을 쫓는 냉혹한 월가가 장악한 델타항공이 아무런 대가 없이 조 회장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이든 3자 연합이든 자신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 주식이 아닌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델타항공은 앞서 투자한 다른 항공사 경영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분 확보 뒤 이사회 진출 등을 요구하는 식이다. 버진 애틀란틱 사례가 대표적이다. 델타는 버진 애틀란틱 지분 매입 뒤 버진 애틀란틱 항공 예약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GOL항공사에 투자한 뒤에는 정비 업무를 가져왔다.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델타항공 도움을 받는다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의 일부 사업이나 이익을 델타항공에 양보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한진칼 지분 늘린 델타항공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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