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웹사이트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첫 경고는 리원량이라는 젊은 의사로부터 제기됐다. 우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환자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말 동료들과의 채팅을 통해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리원량은 며칠 뒤 유언비어 유포 등의 혐의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체포 위협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정보은폐 의혹과 부실한 초기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진 이유다. 리원량은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가 자신도 감염돼 지난달 사망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를 쉬쉬하고 있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위챗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온라인상 대화를 검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 앱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중립적인 채팅 그룹(대화방)의 글까지 검열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본적인 건강 및 안전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까지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위챗의 대화방 검열에 대한 분석은 토론토대 멍크 국제관계·공공정책대학원 산하 시민연구소(Citizen Lab)가 수행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1월 1일부터 2월 15일 사이 중국 본토와 홍콩의 주요 뉴스 웹사이트에서 추출한 핵심 단어에 대한 검사를 토대로 위챗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대화방 검열 실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위챗이 검열하는 대화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지도자의 반응에서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중립적인 언급, 홍콩·대만·마카오의 코로나19 상황, 리원량의 죽음에 관한 언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연구소 측은 보고서를 통해 "검열하는 핵심어의 다수는 중립적인 방식으로 지도부를 언급한 것이었다"면서 "8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지와 관련한 핵심어 조합이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 우한을 찾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1월 말 우한을 방문했다.

시민연구소에 따르면 위챗의 검열 대상에 오른 핵심어 조합은 최소 516개에 달하며, 핵심어 가운데는 '시진핑' 이외에 '폐렴' '리커창' '우한' '최고' '베이징' '우한 봉쇄' 등도 포함돼 있다.

검열 대상에 오른 핵심어 조합 가운데 30% 이상이 시진핑 주석과 관련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코로나바이러스'도 한때 검열 대상에 올랐으나, 이와 관련한 글들은 차단되지는 않았다.

연구소 측은 위챗의 코로나19 관련 대화방 검열에 대해 당국으로부터 '유해한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 '과잉검열'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만리장성에 빚대 '만리방화벽'이라고 부를 정도다.

중국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중국의 주요 SNS 관련 기업에 감독기관을 설치해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AC가 감독기관을 설치한 기업은 웨이보 모기업인 시나,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 등이다.

CAC는 감독기관 설치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지방정부가 좋은 사이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중국 주석도 지난 3일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 당국이 SNS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을 속속 차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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