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가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시민단체와 보험사는 청구 간소화를 찬성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4년 동안 논의만 됐던 과제가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절차를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2019년 상반기 기준 3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보험이 실손보험이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청구 간소화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료계의 반대 명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보험사로 데이터가 전송되면 이 데이터가 쌓여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비급여 수가가 공개되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으로 매워주지 못하는 의료비를 민영보험사가 보장하기 위해 정책성 보험으로 내놓은 것이다.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분야를 실손보험으로 보장해주기 시작하면서 실손보험은 ‘국민보험’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활성화됐지만 지난해 기준 문재인 케어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만큼 실손보험이 국민의 건강한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 센 셈이다.

다만 실손보험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손해율 악화다. 2018년 손해율이 121.2%를 기록하다 지난해 9월 경 130.6%까지 상승했다. 손해율이 악화되면 보험사가 보험료로 걷어 들인 돈보다 보험금으로 지급된 돈이 많아진다. 

보험업계가 최근 자동차보험료와 실손보험 손해율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 되면서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회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실손보험 인수 강화(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지 요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 기조가 형성되면서 보장 공백이 생길 거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2019년 4월 11일 시민단체가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를 즉시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바일 앱 청구’로 이미 진행 중인 ‘청구 간소화’

최근 모바일 앱으로 청구하는 실손보험금이 활성화 되고 있다. 이는 실손보험금이 소액이란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던 가입자가 많았기 때문인데, 보험사는 가입자 편의를 고려해 병원에서 수납 시 실손보험 청구와 연동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체 앱(App)을 개발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이미 ‘셀프’로 시행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2월 실손보험금 간편 청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한 버전을 선보였다. 병원 내 무인기계를 이용해 진료비를 수납하면 즉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서비스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 NH농협생명 또한 지난해 11월 서울성모병원과 협업을 통해 ‘실손보험금 전자청구 및 자동송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서류발급이나 보험금 청구서 작성과 같은 절차 없이 진료받은 병원의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의료계 반대 언제 넘을까? 금융당국도 칼 빼든다

금융위원회는 2일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절차를 추진과제로 삼았다.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를 위해 전자문서 양식 표준화 및 의료기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인책 부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금이 할증·할인되는 ‘차등화’도 논의되고 있는 만큼 청구 간소화를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를 넘으면 보험금 청구도 간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