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에도 수백만장 거래 글 이어져. 일부 참여자 분쟁 벌이기도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생용품 판매대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자들의 마스크 사재기 오픈 채팅방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조치'를 내릴 만큼 범 국가적 비상 상황이지만 이를 협업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채 가격 담합을 지속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 사재기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나눈 대화가 캡쳐 방식으로 공개됐다.

해당 오픈채팅방 제목은 'NO.1 협업방2 [마스크방]'으로 참여자 수만 781명에 달한다. 방제목에 '협업방2'가 명시된 것으로 보아 '협업방1'의 존재도 유추할 수 있어 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경우 최대 1500여명이 1개 채팅방에 참여가 가능하다.

캡쳐된 사진에는 마스크 가격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한 업자가 마스크 사진과 함께 '낱개 1740개(580장) 3매입 되어 있는 2900원 제품 판매합니다. 지역은 구미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남기자 곧장 'KF94 200만장 공장다이렉트 계약. 26 계약서 쓰고 30% 입금. 27일 100만장, 28일 100만장. 단가 2150원. 별도 가능하신분 톡주세요'라는 글과 '100만장 남았고 2500입이다. 연락부탁드립니다. 010-XXXX-XXXX. 현물이고 100만장 당위이고 선입금 아니고 저랑 같이 이동입니다'라는 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판매업자는 'KF94 마스크 30매입 600장 판매합니다(1박스)'라는 글과 함께 판매 사이트로 추정되는 인터넷 링크를 함께 공지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마스크 사재기방' 글 일부 캡쳐.

소비자들은 마스크 대란에 소량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수백만장 규모의 거래가 오픈채팅방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1~2분 사이에 대량의 마스크 판매글이 올라오자 언쟁도 벌어졌다. 한 채팅 참여자는 '(정부)개입이 늦은 것을 유통이나 사업하시는 분들에게 말씀하시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서로 거래하려고 방에 모이신건데 분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개인 의견을 개진하자 또 다른 참여자는 '물도 전쟁나면 금값으로 바뀌는게 당연한거에요. 쌀도 마찬가지고'라며 동조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또 다른 참여자는 '지금 법국가적 재난 상황에 필수의료품인 마스크 유통과정에 중계업자들이 너무 많이 껴있는 점을 지적하는건데 갑자기 물과 모텔유통원리가 왜 나오죠?'라며 지적하자 '아~ 제발 스톱 스톱 일만 하세여. 정치니 뭐니 좀 하지 마시고'라며 분쟁을 원치 않는 식의 말로 답했다.

그러자 '공감합니다'와 '이방은 여러 대표님들이 계신방입니다. 두분 대화는 개인톡으로 하시라'. '늦은시간입니다. 그만들 하셔요' 라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또한 '이방은 토론방이 아니고 유통방'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해당 게시글로 실제 마스크 판매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자기들 이익을 위해 매점매석하다니. 모두 압수하고 세금 추징해야죠', '당장 저 물량만 풀어도 급한불을 끌 수 있다' 등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수출을 제한하고, 의료용 마스크에 대해서도 생산·판매 신고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내용이 담긴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26일 0시부터 4월 30일까지 한시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재정·경제상 위기, 수급조절 기능이 마비돼 수급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공급, 출고 등에 대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이 제한된다.

마스크 생산업자는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및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및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공적 판매처로 출고해야 한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은 1일 1천100만개로 2주 전보다 2배 증가했지만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있다"며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마스크 대란, 줄서기가 반드시 사라지도록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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