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전결 권한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고, 이후 전결권을 갖고 있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이를 최종 확정한 데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번번이 갈등을 빚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장의 전결 권한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문제인데 자주 발생했다면 이미 공론화됐을 것"이라면서 "이는 역사적 산물로, 한두 달 안에 또 발생할 문제는 아니니 (시간을 두고) 보겠다. 어떤 방향성이 내포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언급하기 직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감독원과의 이견, 갈등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과는 또다른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DLF 손실과 관련해 금감원이 건의한 과태료 부과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증선위는 지난 12일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각각 190억원대, 160억원대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각 은행에 230억원대, 250억원대를 부과한 것보다 40억원, 90억원씩 축소된 금액이다.

증선위가 과태료를 재산정한 것은 제재심에서 과태료 책정이 불완전판매 건수 기준으로 단순 책정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과태료를 책정한 금감원 입장에선 금융위 증선위의 입장이 달가울리 없다. 

이에 일각에선 DLF 제재심 결과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기류가 더 차가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은행에 중징계를 내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금감원과 반대로 금융위는 제재심 결과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건건 충돌해 온 두 기관이 이번 DLF 사태에서도 충돌하자 중심에 선 우리금융지주는 숨죽인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손 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금감원 중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해야한다며 지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지주체계로 출범한지 약 1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손 회장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보니 손 회장에 대한 지지는 더 굳건하다. '손태승 구하기'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선 금감원에 자극이 되는 움직임을 보여선 안된다. 특히 최근처럼 금융위와 금감원이 소리없이 대치한 상황에선 더 자극을 피해야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서 금감원과 금융위의 수장들이 대외적으로는 '우린 갈등 없다', '싸우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손잡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지만 상황들만 놓고 보면 각 건수마다 충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의 중간에 서 있는 우리금융은 당분간 숨죽인채 소리없이 행정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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