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플랫폼 '빅4' 중 3곳이 중국자본...토종업체 등 고사위기

중국 자본들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연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시장인만큼 점점 거대자본이 투입되면서 중국자금들이 '치킨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채용정보 전문업체 나비고스그룹 산하 나비고스 서치(Navigos 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어에 능통한 베트남 소매 유통 업무 경험 인력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나비고스 서치는 "2019년 4분기에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 대도시의 패션, 화장품, 식음료 유통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경력직을 채용했다"며 "뗏(베트남 설) 이후에 소매 유통 부문의 고급 인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 거세진 중국자본에 밀려나는 토종 업체

소매 유통 인력 채용이 증가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소매 유통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베트남 소매 유통 쪽에서도 특히, 전자상거래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소매 유통업과 온라인 마케팅 부문의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찾고 있지만 관련 인력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베트남 소매 부문의 전자상거래시장이 짧은 시간 동안 크게 성장하다보니 이 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구글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소매 판매 중 전자상거래 비중이 2018년에 약 3%였지만, 2025년에는 1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베트남전자상거래협회는 ‘E-Business Index 2019’ 보고서에서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2018년 90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까지 33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에서는 '티키'(Tiki), '센도'(Sendo), '라자다'(Laxada), '쇼피'(Shopee)가 ’빅4’를 형성하고 있다. 연간 가장 많은 방문고객을 확보한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쇼피로 연 3450만건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센도가 3090만건을 기록 중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플랫폼들은 이제 자본의 대형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인데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투자 측면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라자다는 중국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알리바바가 지난 2016년 10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이후 추가로 10억달러를 투입해 지분율을 83%로 높였다. 이후 2018년에 추가로 2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알리바바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라자다에 총 40억달러를 투입했다.

쇼피는 중국 최대 IT그룹인 텐센트(Tencent)를 모기업으로 하는 싱가포르 기업인 SEA가 소유하고 있다. SEA는 추가로 1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가계획을 발표했다.

티키는 베트남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잘로(Zalo)를 소유한 VNG가 모기업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자인 징동닷컴(JD.com)이 지분 21%를 가지고 있다. 징동닷컴은 티키에 지난 2017년 4400만달러를 투자한 뒤 1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베트남 제1위 IT회사인 FPT로부터 출발한 센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SBI홀딩스 등 아시아의 큰손들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끊임없이 자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만큼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나미고스 서치 보고서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전문인력 부재로 야기된 전자상거래 경험의 부족과 물류부문의 비효율성은 높은 운영비용을 발생시키는 반면 수익성을 낮춘다. 또 치열한 경쟁과 커지는 시장만큼 법적인 문제와 고객 서비스 등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은 하루 평균 약 10건의 주문과 20만동(약 1만원, 8.60달러)의 평균 주문액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지난 2016년 '빅4'의 손실은 1조7000억동(7390만달러)로, 2017년 3조4000억동(1억4783만달러), 2018년 5조1000억동(2억2174만달러)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현지 매체들은 결국 베트남의 전자상거래시장도 ’대마불사’시대로 접어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17일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운영하던 전자상거래 플랫폼 어데이조이(Adayroi.com)가 문을 닫았다. 핵심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과정 에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절차였다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경쟁사와 같은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같은해 3월에는 태국의 센트럴그룹(Central Group)이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조로라(Zorora.vn)와 합병한 후 2017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스토어 로빈베트남(Robins Vietnam)이 문을 닫았다. 소매유통업체인 테저이지동(the gioi di dong)이 2년 동안 운영했던 부이부이닷컴(VuiVui.com)도 폐쇄됐다.

중국 자본들이 주도하는 치킨게임에 현지 토종기업과 다른 나라 자본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외국인 투자국 통계에 따르면 총 125개국의 투자자 중 중국과 홍콩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중국과 홍콩의 베트남 투자액은 전년대비 각각 1.65배, 2.4배 증가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