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가끔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만 너무 비싼 물건을 어쩔 수 없이 사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이런 때면 가능한 덜 나쁜 제품을 고르려고 애를 쓰지만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하다 보니 언제나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한숨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다음 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33.45%)과 조 전 부사장(31.98%)의 지분 차이가 1.47%에 불과해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양쪽 진영에 속하지 않은 제3그룹의 마음을 잡기 위한 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흔쾌히 손을 들어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습니다.

조 회장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토지와 건물 매각, 복합리조트 기업인 왕산레저개발 연내 매각 등을 발표했습니다.

제주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도록 이사회 규정도 개정했습니다.

사업구조를 바꿔 수익성을 개선하고 지배구조도 개편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이 지적한 것처럼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내놓은 주주 제안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사회 안건도 조 회장과 비슷합니다. 그나마 가장 차별화된 것은 전문경영인 선임입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를 사내이사 후보로 내놨습니다.

김 전 부회장과 배 전 부사장은 각각의 분야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항공업 경험은 전무합니다. 김 전 상무는 조 전 부사장과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는 점에서 대리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김 전 부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 배 전 부사장은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이란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 적도 있습니다.

반대에 있는 조 회장은 기존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지만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외부에서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조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는 얘기도 공공연합니다. 조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동안 한진칼의 재무 상황 악화와 실적 부진이 진행된 것도 사실입니다.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항공업 경험 부재란 불안감이나 불확실성 또는 증명되지 않은 경영능력 중 어떤 것을 버릴지에 대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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