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상대인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조 전 부사장이 주도하던 호텔 사업 주요지인 서울 송현동 부지와 과거 소유했던 왕산레저개발 부지·건물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항공 경영 쇄신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각각 추진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2011년부터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를 노리던 2018년 4월 왕산레저개발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왕산마리나는 왕산레저개발이 1350억원, 인천시가 167억원 등 총 155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해양레포츠 시설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이용됐다. 2017년 6월에는 요트 및 레저보트 300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잇는 시설로 재탄생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액만 70억원이 넘는다. 대한항공은 연내 왕산레저개발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를 선정하고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또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와 건물(605㎡)도 매각한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이 부지에 지상4층, 지하4층의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이 포함된 문화복합단지 건립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중부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해 좌절됐다.

당시 호텔사업을 총괄하던 조 전 부사장은 송현동 문화복합단지 사업에 애착이 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선 대한항공 이사회가 이날 의결한 경영쇄신안이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최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 선언을 등에 업고 외부 세력과 손 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 전 부사장과 결전을 별러왔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위원회의 설치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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