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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경영권 분쟁..국민연금의 선택은?
  • 이명헌 기자
  • 승인 2020.02.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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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진영의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끈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와 조 전 부사장이 결성한 '반 조원태 연합군'의 싸움으로 전개되는데, 33.45% 대 32.06%로 조 회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 측의 지분을 1.39%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선다.

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오는 3월에 열리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 한진칼의 주총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이 사안에 대해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은 이미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 바 있다.

2018년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은 2019년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해당하는 정관변경을 전격적으로 제안하며 적극적 주주 활동에 나섰다.

당시 국민연금은 '회사·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이사직을 즉시 상실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요구했다. 27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국민연금의 주주 제안은 실제 관철되지는 않았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당시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은 7.34%였으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3.45%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에는 한진칼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제안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 참여형 주주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총 전까지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 자체가 부족한 데다, 경영계로부터 또다시 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국민연금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아니면 중립 등의 단순 의결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이 사안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2∼3가지 갈래로 진행될 수 있다.

먼저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차원에서 한진칼 주총안건을 다룰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지침 개정으로 기금운용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 발의한 안건은 기금운용위에 공식 안건으로 올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사용자 대표 3명, 노동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전문가 2명) 등 총 20명으로 짜였는데, 2019년 3월 한진칼의 정관변경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도 당시 기금운용위에서 안건으로 올려서 심의 끝에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금운용위가 전면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다음으로는 기금운용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산하에 설치한 3개 전문위원회 중 하나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해 정할 수 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 가입자단체(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가 1명씩 추천으로 3명의 상근 전문위원과 외부 민간전문가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아직 진용이 짜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른 시일 안에 수탁자책임전문위 위원 추천을 받아 위촉 단계를 밟는 등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안건 의결권 행사도 수탁자책임전문위가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2018년 7월 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한 조직이다.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안건 부의 요구권'이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민간 전문위원 3명 이상의 요구로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찬성, 반대, 중립 등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의 실무투자기구인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투자위원회가 행사한다. 하지만, 연금공단이 의결권 행사의 찬성 또는 반대, 주주권 행사의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의 분석 등을 거쳐 요청하면 수탁자전문위가 결정한다.

실제로 수탁자책임전문위는 2019년에 휠라코리아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 현대중공업 '분할계획서 승인·이사 선임' 안건 등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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