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이른바 'C의 공포'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6일자 보고서에서 '의지의 낙관'을 강조하며, 기존 추세의 복원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이번 전염병은 2000년대 들어 인류가 경험했던 사스(2003년)와 신종 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의 특징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발병했고 글로벌 리스크로 전이됐다는 점에서는 사스와 유사하고, 전 세계적으로 대량 전파가 됐다는 점에서는 신종 플루와 닮았다. 

메르스는 글로벌 리스크가 아닌 중동 지역에 국한된 전염병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방역 부실로 창궐해 내수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정도로 내수가 위축됐기 때문에 메르스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진자 증가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과거 사례들을 검토해 보면 궁극적으로 자산 가격은 기존에 형성됐던 추세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대전염병이 발병했던 경우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조정이 장기화된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국면에서의 단기 조정 강도가 예외적으로 깊었다. 이번의 단기 조정 강도는 -6.5%에 달했는데, 과거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발병 당시의 조정 강도는 3~4%에 그쳤다.

단기 충격 이후 코스피는 전염병보다 당시의 펀더멘털과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양상이었다. 사스와 신종 플루 발병기 때의 코스피는 단기 충격 이후 빠른 복원력을 나타냈다. 두 국면 모두 코스피의 절대 레벨이 낮았고, 전반적인 시장 주변 여건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스 리스크가 본격화됐던 2003년 3월은 IT버블 붕괴 이후 이어졌던 3년 약세장의 최저점 부근이었다.

또한 사스 리스크 부각 이전에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2차 걸프전),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버블 붕괴 등으로 코스피는 이미 악재에 억눌려있던 상황이었다. 이미 큰 폭의 조정세가 진행됐기 때문에 사스라는 악재에도 시장은 둔감히 반응했다.

2009년 신종 플루 발병 국면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저점 부근으로 역시 코스피는 충분한 가격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의 1차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중앙은행발 안전판도 마련돼 있었다.

2015년 메르스 발병 직후의 코스피는 적지 않은 조정을 나타냈는데 이는 질병 때문이 아니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에 기인했다. 메르스는 글로벌 악재라기보다는 진원지인 중동에 방역실수에 기인한 한국이 더해진 정도의 국지적 악재였다. 

중국은 메르스와 큰 상관이 없었지만 후강퉁 직후의 버블 붕괴와 외환위기설 등이 불거지면서 중국 증시가 크게 떨어졌다. 당시 한국증시의 약세는 전염병 때문이 아니라 중국과의 동조화로 읽어야 한다.

과거의 패턴으로 보면 전염병 발병 이후 시장은 이전 흐름과 단절되기보다 기존 추세로 회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전의 코스피는 박스권, 펀더멘털은 회복 국면이었다.

전염병은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요인이지만 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의 후폭풍으로 지난 수년 간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딱히 되돌려질만한 과잉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의 기저가 매우 낮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재차 하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주식시장의 1차적인 충격은 1월 말~2월 초의 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이후의 과정은 뉴스 흐름에 따라 하루하루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반전되는 시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의 증가 폭이 둔화되는 국면일 것이다. 2003년 사스 위기 국면에서도 홍콩 증시의 저점은 사스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형성됐다. 사스 퇴치 공식선언보다 시장은 선행적으로 반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국면서도 참고할만한 증시 바닥 통과 시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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