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내 北 개방...한반도 경제 日 압도"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한반도 유망론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개방되면 한반도가 25년 뒤인 2045년에는 경제 규모로 일본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로저스는 이 신문의 금융정보서비스인 닛케이퀵뉴스(NQN)가 설립 25주년을 맞아 마련한 인터뷰 기획 '2045년을 점친다'의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세계 경제 패권과 유망 투자처에 대한 대담한 예측을 해달라는 요청에 거듭 한반도 유망론을 제기했다.

로저스는 "한반도가 매우 유망하다"며 "남북을 가르는 38선이 개방되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한국의 자본과 산업집적이 합쳐져 (한반도가)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군대를 둔 미국이 북한의 개방을 원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걱정거리지만, 25년 뒤에는 (북한의) 시장 개방이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5년 뒤에는 한반도의 경제 규모가 일본 경제 규모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짐 로저스 비랜드인터레스트 회장<사진=연합뉴스>

로저스는 전부터 한반도 유망론과 함께 일본 비관론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 주제발표 때도 "일본은 정점을 찍은 뒤 쇠퇴 중"이라며 "이에 반해 한반도는 10∼20년 후 38선이 무너지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에서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닛케이와 한 회견에서는 향후 10~20년을 보고 한반도에서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회견에서도 북한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경제를 비관하고 있다며, 관련 자산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일본 주식을 7~8년 보유했지만, 지난해 가을에 모두 팔았다"며 "주식도, 통화(엔화)도 일본 관련 자산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로저스의 암울한 전망은 이번 회견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2045년 세계 역학구도를 묻는 질문에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 등 아시아가 세계 중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신도 딸이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싱가포르로 터전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서양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아시아를 향한 이주·유학 바람이 불겠지만, 일본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무가 급증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게 구미 선진국이 처한 현실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구미 등 선진국은 부채 누적,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의 문제로 향후 25년 동안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사회 불안이 급속히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는 인구가 많고 노동력 등의 사업비용이 저렴해 선진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로저스는 중국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펼쳤다. 중국에서 단기적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인 성장과 구조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일본 등의 실패, 즉 부실기업에 대한 과도한 구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로저스는 베트남과 러시아의 성장 잠재력도 높이 샀다. 러시아의 경우 채무가 적고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며, 미국의 압력 아래 중국과 빠르게 거리를 좁혀 중·러 관계가 앞으로 더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45년의 유망산업으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중국·인도 등지의 환경오염 방지산업, 아시아 관광산업, 농업 등을 들었다. 다만 블록체인을 기반기술로 삼은 암호화폐의 미래는 비관했다. 그는 "감시되지 않는 통화 또는 암호화 자산(암호화폐)은 정부의 압력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로저스는 1970년대 초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해 미국 월가를 주름잡았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투자처를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빈 모험투자자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해 현재 비랜드인터레스트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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