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 스몰비어 가맹점을 오픈한 박주연씨. 처음엔 장사가 잘 되나 싶더니 가게 인근에 우후죽순 생기는 미투 브랜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처음엔 상권이 커져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타 점포들이 주력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지금은 손님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 평소 핫도그를 좋아하는 오민구씨는 동네에 유명 핫도그 가맹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분명 상호도 메뉴 구성도 유사했지만 미묘한 음식 맛의 차이를 느낀 오씨. 이후 인터넷을 통해 해당 브랜드가 미투 브랜드란 것을 알고 괜시리 빈정이 상했다.
프랜차이즈업계가 ‘미투’ 브랜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메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나 요건이 필요치 않은 사업일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몇 년 전부터 스몰비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압구정봉구비어의 경우 초기부터 상호와 메뉴, 실내 인테리어 등이 비슷한 모방업체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당시 봉쥬비어, 달구비어 등은 주력메뉴인 감자튀김과 생맥주 판매는 물론 소스 종류도 유사하게 갖추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
◆상호·메뉴·인테리어까지.. 모방 넘어선 '베끼기'
최근 봉구비어는 유사한 상표 브랜드를 사용하는 봉구통닭과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봉구비어 미투 브랜드로 꼽히는 봉구아빠통닭은 지난해 8월 오픈을 시작으로 전국 70개 매장 오픈 및 리뉴얼이 진행 중이다. 봉구아빠통닭은 사업이 성공궤도에 오르자 지난 7월9일 봉구통닭이라는 상호를 사용한 매장을 서울 신림동에 1호점을 오픈했다.
봉구비어는 이에 오픈전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봉구통닭에 상호명 사용금지에 대한 구두, 서면으로 경고장 발송했으나, 봉구통닭은 이를 무시한 채 매장오픈을 강행하고 1개월 후 바로 가맹사업까지 진행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봉구비어는 주류와 통닭을 판매하며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어 가맹점 추가 피해가 발생하자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같은 호프와 같은 통닭과 같은 안주류를 판매하고 이름까지 같다보니 가맹점주님들의 매출이 줄고 소비자들도 혼동해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로 인해 가처분 소송이 진행중인데 조속히 용인돼 선의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미투 브랜드들의 이러한 행태는 원조 업체에게 카피브랜드에서 발생한 클레임으로 인한 업무 차질, 브랜드 가치 훼손, 예비창업자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킴으로서 잠재적 손실까지 야기시켜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파괴 시킨다는 지적이다.
◆법적 분쟁 승소하더라도...본사와 가맹점은 손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이러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0년대 초 맥주 프랜차이즈로 전국 각지에서 유명세를 탔던 쪼끼쪼끼는 당시 전국 가맹점 230개를 보유할 정도로 유망한 브랜드 중 하나였으나 ‘쭈끼쭈끼’와 ‘블랙쪼끼’ 등 유사브랜드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쪼끼쪼끼’는 유사브랜드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유사상호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 승소했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진행된 소송에 상호는 지켰지만 결국 유사브랜드들로 인해 원조브랜드, 가맹점주, 유사브랜드의 가맹점주 모두가 피해를 보는 사태를 낳았다.
◆법안 마련과 신속한 행정처리가 동반되어야
프랜차이즈 산업은 트렌드 변화가 빠른 업종 중 하나다. 특히 외식업은 2~3년 단위로 트렌드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미투브랜드와 원조 브랜드의 법적 공방이 길어질 경우 원조 브랜드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가맹사업방식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가맹 브랜드 수는 1296개에서 6052개로 4.7배 증가했다. 가맹점 수도 10만에서 24만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행법상 가맹본부의 사업 개시요건이 없어 본부는 사업방식에 대한 검증 없이도 정보공개서만 등록하면 가맹점 모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명 브랜드와 유사한 영업표지, 메뉴 등을 사용하는 '미투 브랜드'처럼 사업방식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부실‧자격미달 가맹본부로 인한 가맹점주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1+1 제도를 포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같은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면서도 “법안 마련을 위해서는 장시간이 필요하므로 산업의 특징을 고려해가처분 소송 기간의 단축 등의 신속한 법적 행정 처리를 통해 현재 피해를 입고 있는 업체들의 보호도 동반되어야 한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