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연합뉴스

스마트폰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시작됐습니다. 고객의 편의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은행의 경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중은행이 사실상 제대로 된 경쟁 무대에 처음 올라서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은행이 처음 등장한 1890년대 후반부터 따지면 120년 만에 경쟁이란 것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신한·국민·하나·농협 등 시중은행이 그동안 경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이 막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대출을 통해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손쉽게 돈을 벌면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만의 리그'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은행업 진출이 자유로웠다면 지금의 은행은 살아남지 못했거나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같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던 기업의 성장으로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위기에 놓인 것처럼 말입니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고객 정보와 경제기능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그동안 은행이 누렸던 독점적 권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오픈뱅킹은 고객의 주거래 은행 교체를 가로막았던 '귀차니즘'이란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은행을 바꾸려다가도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번거로움이었습니다. 오픈뱅킹은 번거로움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이동을 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객들은 주거래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과의 거래를 끊는 동시에 앱도 삭제할 수 있고 살아남는 앱은 은행이 아닌 핀테크 앱이 될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은행도 이런 점을 인식해 긴장감을 높이면서 고객몰이 전략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벤트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장감을 높이고 고객의 구미를 당길 이벤트를 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 쌓인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은행은 늘 고객을 우선한다고 말했지만 공허한 외침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행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파생결합증권 사태를 비롯해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고 분명합니다. 편리함. 이 부분을 만족시킨다면 살아남겠지만 아니라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생존의 첫발은 은행장 바라기, 임원 바라기가 아닌 고객 바라기부터입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