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국내 면세점 업계, ‘승자의 저주’ 현실화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

재벌가 3세들이 야심차게 추진한 면세점 사업의 희비(喜悲)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추진한 신세계면세점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업계 빅3로 자리매김 한 반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의 갤러리아·두타면세점은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들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던 만큼 향후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타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두산 29일 이사회를 열고 면세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영업 정지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연 매출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어 더이상 적자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두타면세점의 누적 적자는 600억원이 넘는다.

두타면세점은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두산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특허권을 반납을 결정했다. 이후 두산은 전자소재 등 기존 자체 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두타면세점 전경

이에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3년간 1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가 사업 철수의 주요 원인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은 명품 빅3에 의존하기보다 갤러리아면세점63 - 아쿠아플라넷63 - 63 아트 전망대 등의 원스톱 관광·쇼핑 투어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사업을 접은 것이다.

한화는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2배 이상 급증했고 대내외적인 변수가 발생하자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되는 등 악재를 맞았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단체관광객이 끊기며 면세점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에 이어 두산까지 특허권을 반납하자 중소중견 업체들의 연이은 사업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매출의 80%를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이 차지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와 두산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재벌 3세가 전면에 나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실패하자 중소중견업체들의 생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폐점한 갤러리아면세점 전경

반면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은 특출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명품 입점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으며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시켰다.
백화점 매장에 면세점을 입점시키는 전략도 시너지 효과를 내 신세계면세점은 가파르게 성장하며 롯데와 신라에 이은 면세점 업계 빅3로 자리매김 했다.

작년 6월에는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인천공항면세점 여객터미널 DF1구역과 DF5구역 사업권을 모두 따내며 단숨에 업계 점유율을 19%까지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대형 면세점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고 송객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경우 연쇄 사업 철수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은 잔여 기간 동안 세관 및 협력 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면세점 영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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