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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권용원 회장과 양치기 소년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10.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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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연합뉴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질·폭언 논란이 뜨겁습니다. 운전기사와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한 언론에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권용원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하자 운전기사는 "오늘 아이 생일"이라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이에 대고 권용원 회장은 "미리 얘기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고 질타합니다.

회사 홍보담당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 기자 애들 쥐어 패버려"라며 위협하라고 했습니다.

회사 임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너 얘한테 여자를 XXX 인마"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듯한 말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고 합니다. 권용원 회장이 키움증권을 이끌던 시절부터 술을 마시면 거친 행동과 언사를 자주 했던 걸로 알려졌으니 놀랍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권용원 회장이 지나치게 나쁘게 비치게 된 것 같다는 얘기도 합니다. 사정이 있을 때 미리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운전기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하고 권용원 회장이 개인적인 용무를 이유로 기다리게 한 것도 아니지 않냐는 것입니다.

기자 건도 이해 못 할 상황이 아니고 성희롱성 발언도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존재하는 여러 시각처럼 보는 비판도 이해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뒤 권용원 회장의 태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권용원 회장이 내놓은 사과문을 보면 '시간이 흐르면 잊힐 일'이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권용원 회장은 사과문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거취 문제는 많은 분의 의견과 뜻을 구해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록이 공개돼 변명할 것은 원래부터 없습니다. 할 게 없는 변명을 핑계 삼아 해명과 설명이란 불편함을 피해간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거취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구하겠다는 것도 '업계에서 원하는 제도 개선을 나만큼 할 사람이 없다'는 오만함이자 '사퇴할 생각도 있었지만 업계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어 자리에 남는다'는 명분을 만들려는 비겁함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퇴든 아니든 본인의 의지를 본인의 입으로 드러내는 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란 뜻입니다.

이번에 터진 논란은 실수가 아닙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쟁이'로 규정된 것은 세 번의 거짓말입니다. 폭언과 갑질, 성희롱 의혹 등 이번에 나온 것만으로도 권용원 회장이 행실이 부적절한 인물로 정의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본래 가진 부적절한 행동과 모습이 일부 드러났다고 보는 게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은 자신의 잘못으로 실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양을 모두 잃었습니다.

권용원 회장은 다행히 아직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그런 만큼 부적절한 행위를 희석할 수도 있는 공을 세울 기회가 남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권용원 회장이 업계의 기대를 현실로 바꿔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권용원 회장이 아무리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낸다고 해도 갑질과 폭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이 문제를 완전히 덮을 방법도 없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진심이 느껴질 수 있게 다시 한번 사과와 해명을 한다면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인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갑질과 폭언의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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