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클로 후리스:LOVE&FLEECE편’. 패션디자이너인 13세 소녀와 패션 컬렉터 98세 할머니가 등장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소녀가 할머니에게 말한다.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 할머니가 답한다.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유니클로 광고/사진=광고영상 캡처

일본 불매운동 타깃이 됐던 유니클로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후리스(플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15초 분량의 글로벌 광고가 논란이 됐다. 해당 광고는 지난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고 국내에서는 12일부터 TV를 통해 방영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조롱 논란

문제는 ‘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 이라는 할머니의 대사. 이 말이 국내 광고 자막에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번역됐다는 점이다. 일본과 영어 광고 자막에는 없는 ‘80년’이라는 글자가 의역돼 들어간 것. 일본에서 방송된 광고에는 ‘昔のことは忘れたわ(옛날 일은 다 잊어버렸어)’라는 자막이 들어갔다.

영상 속에 언급된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한국이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 일각에서는 이 광고 메시지가 ‘위안부 등 일제 전범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다.

한국에서만 자막이 다르다는 지적이 SNS 등에서 퍼지자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유니클로를 다시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놨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이들의 실제 나이 차이가 80살이 넘는 만큼,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 모두가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광고를 보시는 분들이 바로 즉각적으로 이해하시기 쉽도록 글로벌 광고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니클로는 전세계 24개 국가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으로, 인종, 성별, 및 직업에 차별 없이 모두를 위한 옷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며 “기업 방침상, 유니클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유니클로 불매? 이제는 ‘퇴출’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비판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유니클로 불매운동’ 1인 시위도 곳곳에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자 에프알엘코리아는 결국 ‘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 디지털 광고는 지난 주말 사이 중단됐고, 방송사 광고는 오늘부터 송출이 중단된다. 그러나 할인행사는 원래 예정된 일정이며, 불매운동과는 무관하다는 게 유니클로 측 설명이다.

유니클로는 최근 할인폭이 최대 50%에 달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주춤했던 마케팅 활동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타올랐던 불매운동이 한 풀 꺾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광고 논란 후 불매운동은 오히려 ‘유니클로 퇴출운동’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직장인 김모씨는 “조롱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괘씸하다”며 “그와중에 세일 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걸 보니 더 화가난다. 불매를 넘어 이 나라에 발도 못 붙이게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위기의식 부재’와 대응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브랜드로 꼽히는 상황에서 역사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매출 회복에 나섰던 유니클로가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됐다”며 “조심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유니클로가 선을 넘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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