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웨렌 버핏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필립 피셔

"주가가 아닌 기업에 집중해라."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웨렌 버핏의 스승으로 꼽히는 필립 피셔가 강조한 말이다. 필립 피셔는 워렌 버핏의 투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필립 피셔./사진:한국투자증권

워렌 버핏은 20세기 중후반 벤저민 그레이엄식 가치투자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증시 활황으로 공식에 맞는 저평가 주식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저 PER, 저 PBR 공식에 해당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형주라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같은 대형기업이 사들이기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워렌 버핏은 필립 피셔를 만나 성장주 투자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었다.

필립 피셔서는 1958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란 책을 출간했는 데 이 책은 주식투자 서적 최초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성장주 장기 투자 신화…모토로라로 40년간 2500배 수익

필립 피셔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동시대에 활약했지만 대조적인 투자법으로 주식시장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필립 피셔는 스탠포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을 한 뒤 1928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투자 업계에 입문한 뒤 대공황 시절인 1931년 '피셔 앤드 컴퍼니'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업력을 쌓았다.

필립 피셔가 투자 대상 기업 선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미래에 대한 계획, 연구개발 역량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질(quality)을 가장 중시한 것이다. 계량적 분석만으로는 최고의 기업을 발굴할 수 없다고 생각 때문이다.

기업의 재무제표 등 정략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한 벤저민 그레이엄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필립 피셔서는 장부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더라도 적정한 가격이면 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나 저평가 상태인 기업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수십~수백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보다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필립 피셔가 투자했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모토로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다우케미컬, 코닝 등이 있다. 특히 당시 라디오 부품 제조업체였던 모토로라를 발굴해 40년 넘게 보유하면서 2500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신의 회사에서만 하고 있는 게 무엇인가?"

필립 피셔서는 그의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장기적으로 엄청난 주가 상승을 기록할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 포인트를 공개했다.

첫 번째는 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지다. 필립 피셔가 말한 성장주는 수년~수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회사다.

현재 성공해 막대한 매출을 내고 있더라도 1~2년 안에 쉽게 시들해질 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한다. 지속적인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자료: 필립 피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고이즈미 히데키 '거장들의 투자공식', 한국투자증권.

다음은 영업이익률이 충분한지를 따진다. 매출만큼 수익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과 비교해 수치가 양호하고 매년 상승하는 상태라고 했다. 영업이익률이 다른 업체보다 높다는 것은 해당 업계에서 입지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경영진의 우수성도 중요 판단 기준이다. 필립 피셔가 투자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은 앞서서도 얘기한 모토로라다. 필립 피셔가 모토로라에 장기투자한 이유는 기업의 사업성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모토로라 CEO와 만남을 통해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필립 피셔는 경영진이 ▲일관성과 합리성을 가졌는지 ▲경영자의 예상이 적중했는지 ▲경영진의 말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경영진이 문제 등을 솔직히 공개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경영진의 투자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과 의무감도 강조했다. 아무리 큰 이익이 나는 기업이더라도 경영진이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 급급해 이익을 투자자에게 눈속임하고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필립 피셔는 다른 모든 면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얻어도 최고 경영진이 주주에 대한 수탁자로서의 강력한 의무를 결여하고 있다면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자료: 필립 피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고이즈미 히데키 '거장들의 투자공식', 한국투자증권.

정리하면 필립 피셔가 꼽는 최고의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양호한 이익률을 유지하면서 ▲그 이익을 투자자에게 환원하려는 자세를 갖춘 곳이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와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본고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발간한 'GURU CLUB'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