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4번째 가격 변경, 소비자 혼란 우려도

오비맥주가 대표 맥주브랜드 '카스'의 출고가를 6개월 만에 원상복귀한다.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 '테라'의 인기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오비맥주는 21일 카스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낮춘 가격에 공급한다. 올 4월 출고가를 올린 후 성수기인 7~8월 한시적으로 인하했다가 재차 내년까지 낮춘 가격에 공급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mL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내리게 된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3% 올린 바 있다. 이후 7월24일부터 8월31일까지 카스를 패키지별로 4~16% 가격을 인하했고 필굿은 캔(355㎖)와 (500㎖) 두 제품 가격을 각각 10.27%, 40.9% 특별할인해 판매를 진행한 바 있다. 할인판매 이후 약 한달 보름만에 또 다시 출고가를 인하하는 등 6개월만에 4번의 가격 조정이 발생했다.

출고가 인하에 따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의 카스 가격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GS25, CU 등 주요 편의점에서 카스 500ml 캔제품의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150원 올라 2850원이다. 하이트진로의 '테라(2700원)'에 비해 150원 비싸다. 카스 출고가가 원상복구된 만큼 테라와 같은 가격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오비맥주 측은 국산 맥주 소비 진작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내년부터 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의 국내 생산이 활성화돼 수입제품에 비해 국산맥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종량세 도입을 촉구하고 국산맥주 중흥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테라

오비맥주는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소비 진작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주류업계에서는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테라' 돌풍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의 인기와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큰 폭의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테라는 출시 100여일만에 1억병, 5개월 만에 2억병이 판매되는 등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점유율 수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불매운동으로 일본맥주 소비가 바닥을 친 만큼 카스 판매에 힘을 더하기 위한 조치로로 풀이된다.

공장 출고가는 인하되지만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내릴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 출고가 인상으로 카스 가격을 올린 식당들도 대체제가 있는 상황에서 이미 오른 가격을 되돌려 마진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주류 도매업계 관계자는 "식당에서 판매되는 주류 가격은 상인들의 결정권한"이라며 "원재료가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릴 식당 자영업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스의 출고가 인하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출고가 인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년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맥주에 부과되는 세율이 낮아져 세금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현재까지 맥주 가격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롯데주류 피츠의 출고가는 각각 1146.66원, 1147원(500ml 병제품 기준)으로 인하되는 카스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주류는 지난 6월 클라우드의 출가가를 9%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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