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고객 속이기 경진대회.

금융당국이 내놓은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관련한 검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A은행, B은행으로 표기해 정확히 어느 은행이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상품은 대부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팔았습니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은 본점 차원에서 영업점과 PB들에게 과거 데이터를 기초로 한 백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손실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판매전략으로 이용하거나 안전자산(예금형) 선호고객을 표적화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손실 확률이 극히 적다'는 점을 강조해 판매한 사례를 우수사례로 선정해 다른 지점으로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판매직원 교육자료에도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 등만 강조했습니다. 본점에서 '원금손실 확률 0%'란 마케팅 자료를 받은 영업직원과 PB들은 투자자에게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에 투자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변동성 분석에서 나타난 원금손실 위험은 알리지 않는 '눈속임'으로 고객을 유인한 것입니다. 고객을 더 잘 속인 직원을 칭찬하고 같은 방식으로 판매고를 늘리라고 독려하기도 한 것입니다.

기초자산인 채권금리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판매를 중단하기는커녕 상품 구조를 바꿔가면서 신규 판매를 계속했습니다.

고객 보호가 은행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점은 성과지표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를 비롯해 비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이들 A·B은행의 성과지표 배점은 각각 영업점 10% 이상, PB센터 20% 이상으로 다른 은행보다 2~7배 높았습니다.

소비자 보호는 감점 항목이었습니다. 고객을 위해 노력해봐야 성과에 도움은 안 될 뿐 잘해야 본전밖에 할 수 없는 거추장스러운 일로 치부했다는 뜻입니다.

이렇다 보니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감원이 현재까지 확인한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20% 정도입니다. 10명 중 2명에게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한 것은 서류상 문제가 있는 사례에 한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DLS 사태 초기 은행들이 '불완전판매가 없다'라고 했던 것은 사실상 '서류는 완벽하다'란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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