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올해도 계속되는 '구태국감' 표적

국정감사 참고 자료. 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 연례행사로 자리잡은 유통업계 CEO의 줄소환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윽박지르고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이라는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대기업 총수와 고위 임원을 호통치는 장면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속내가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30일 국회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내달 7일 열리는 보건복지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내 5대기업 총수 중 유일한 증인 출석이다. 이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이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위치한 후로즌델리에 롯데푸드가 갑질을 했다는 게 이유다.

후로즌델리는 2004~2010년 롯데푸드에 팥빙수를 납품하다가 식품위생을 이유로 거래가 중단됐다. 제품에서 식중독균의 일종이 발견됐다. 2013년 파산한 후로즌델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푸드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신고했고, 2014년 롯데가 7억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그러나 2015년 후로즌델리가 다시 롯데푸드에 식용유를 만드는 원유(原乳) 물량 50% 납품권과 분유 종이박스 납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롯데푸드는 무리한 조건을 들어주면 배임의 우려가 있다며 후로즌델리의 요구를 거부했다.

후로즌델리는 이후 이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국감에서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국감 증인으로 신 회장을 부른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이다. 공정위를 관할하는 정무위원회도 아니고, 복지위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사건의 당사자인 롯데푸드 대표나 담당자가 아닌 신 회장을 부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신 회장 증인 채택은 민원 해결을 위한 압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대해 이명수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철회는 없다”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신 회장을 소환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예상했지만 경제적 약자의 하소연을 국회가 들어줘야 하고 양측 당사자들이 서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신 회장이 굳이 나올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단골 이슈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다뤄진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감 증인에 채택됐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부산 연제 이마트 타운 등의 입점 과정에서 지역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 증인 명단에도 올랐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관련 민간 기업의 기부실적이 저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창원 스타필드 입점 과정에서 지역상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증인에 채택됐다.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일시정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하남점 개점 강행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정영훈 케이투코리아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수진 야놀자 대표이사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중기부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홍 회장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제품 밀어내기와 장부조작 등 2013년 불거진 갑질 사태 이후에도 대리점에 갑질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남양유업은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내고 대리점 밀어내기와 장부조작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투코리아와 야놀자 대표는 ‘갑질’ 진상파악을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영훈 케이투코리아 대표에게는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이 있었는지 여부를 물을 것으로 보이며, 이 대표에게는 수수료와 관련해 숙박업자들에게 행한 갑질에 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원회에서는 남양유업과 BHC, 써브웨이 등의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BHC는 최근 가맹점주협의회 간부들에 대한 무더기 계약해지와 관련해 명단에 올랐다. 써브웨이는 가맹 해지 갑질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소환된다.

업계 관계자는"국감 때마다 무리하게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올해도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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