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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스스로 '잡주' 낙인찍는 상장사 대주주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09.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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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아무 관련 없고 기사에 언급되는 것도 싫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 상장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당시는 정치테마주가 주식시장의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승을 부렸습니다. 대선 후보자와 직접 연관이 있는 곳뿐 아니라 친인척의 사돈의 팔촌 친구의 동생처럼 최소 3~4단계는 거쳐야 억지로라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기업도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워낙 많은 종목이 테마주로 거론되다 보니 대선 후보자와의 관계나 정책 수혜 가능성 등을 확인·점검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곳의 상장사에 연락했습니다.

악성 테마주로 낙인찍혀 억울하게 '잡주'로 전락하는 종목을 줄여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주식시장에서도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 지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휘청이거나 자금을 조달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관련도 없고 언급도 싫다'며 불쾌감을 표현한 상장사 관계자와 통화하고 2~3일쯤 뒤 해당 기업은 대주주가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연락이 닿았던 당일을 포함해 며칠 연속으로.

예상하다시피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시점이었고 그 뒤로 이 종목은 관련 테마가 두드러질 때마다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않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내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주식 가치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상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을 외면하고 테마 부각이란 이슈에만 집중하게 된 데는 당연히 대주주의 지분 매도가 미친 악영향이 큽니다.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했을 때 대주주와 경영진이 차익을 남기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것은 스스로 기업에 오랜 기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대주주가 시세차익을 위해 주식을 팔면서 좋은 회사이니 계속 투자하라는 것은 부모가 나는 내 자식을 못 믿지만 훌륭한 아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가가 급등했을 때 대주주나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테마주로 분류된 이글벳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와 친인척이 주식을 장내 매도했습니다. 체시스 등 다른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주는 물론이고 애국 테마주 등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 스스로 투자가치가 없는 주식으로 입지를 떨어뜨린 기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란 우려가 듭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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