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아랫줄 왼쪽 네 번째) 금감원장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중심에 선 우리·하나은행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 은행연합회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아직 소극적인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23일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해 펀드 손실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손 행장은 "펀드 손실과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 펀드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계실 고객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분쟁조정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고객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고이를 위한 평가제도, 조직 및 인력, 프로세스 등 시스템 전반을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성과평가(KPI) 항목에 고객 서비스 만족도와 고객 수익률 개선도를 넣어, 영업력보다는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고객관점에서 고객케어에 집중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전날 우리은행은 2차 만기 도래분 240억원의 손실률을 63.2%로 확정했다. 지난 19일 1차 만기 손실률 60.1%에서 소폭 악화됐다.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3차 만기를 맞는다.

반면 지성규 행장은 사태가 불거진 약 1개월 동안 전면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 행장의 이름을 내세운 공식 해명이 아직 없다보니 은행권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이번주 이후 지 행장의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손 회장이 공식 입장을 내 놓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며, 이마저도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에 비해 손실규모가 훨씬 작은 하나은행이 우리은행과 엮이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말부터 판매한 DLF 상품 잔액 중 10억원 규모가 손실률이 확정돼 25일 고객들에게 공식 발표한다. 손실률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확정금리(쿠폰금리)를 포함해 손실률은 46.4%다.

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 PB들이 참여하는 월간 정기 포럼에서 처음 문제가 제기됐다. 금리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으니 환매 수수료 감면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6월 포럼까지 별다른 대응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소극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과 지 행장의 움직임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 모두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난 23일 오후에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는 두 은행장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우리·하나은행장에 대해 "나중에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따로 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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