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값 상승 직격탄, 비축 물량 있어 당분간은 인상 계획 없어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관계된 양돈 농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발병하며 식품·외식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돼지고기 수급 차질에 따른 원자재가격과 소비자가격 등 가격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2450마리 돼지를 키우는 농장에서 암퇘지 5마리가 고열 증상을 보이다 폐사한 것.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옮지 않지만 돼지는 100%의 치사율을 보이는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발생 농장 등의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하고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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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발병은 돼지고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 기준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당 6062원으로 전날(4558원)보다 32.9% 뛰었다.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에 가까운 수도권 도매시장의 경매가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에 있는 도드람 공판장에서 돼지고기 경매가는 전날보다 ㎏당 59.8% 폭등한 6658원이었고 농협부천에서 경매된 돼지고기 가격은 전날보다 48.8% 오른 5995원이었다.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업체는 1∼2주 정도의 재고 물량이 있어 도매가 상승분이 소비자가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재고가 없는 소규모 식당 같은 경우는 곧바로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발표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휴대품 검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는 현재 파주 지역에서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비축된 물량이 있는 만큼 당장의 가격 인상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공급불안정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인상으로 제품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공급 부족으로 국산 돼지고기 값이 40% 이상 폭등하자 햄, 만두 등 식품의 가격이 5~10% 이상 인상된 바 있다.

CJ제일제당, 풀무원식품, 롯데푸드 등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이 국산 돼지고기와 수입산을 섞어서 햄·만두 등 가공식품을 생산한다. 냉동으로 유통돼 장기간 비축이 가능한 수입산과는 달리 국산 돼지고기는 냉장으로 유통돼 오랜 시간 비축이 불가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업계에서는 당장 가격 인상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방안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과 소비자 불안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장기화 될 경우 국산 돼지고기를 수입산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수입산과 국산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율해 제조해온 만큼 이번에도 돼지고기 가격 변동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스팸’은 미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 외국산 80%와 국산 20% 수준으로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다. 만두 ‘비비고 왕교자’ 역시 돼지고기 국산 75%, 외국산 25% 정도로 혼합해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ASF가 퍼진 이후 국내 발병을 대비해 물량을 비축해 둬 현재 가격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가격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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