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모씨는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탄 자켓을 고가에 구입했다 뒤늦게 구매한 제품이 디자이너 브랜드 A사의 모방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동창모임에 해당 자켓을 입고 나갔다가 지인으로부터 “A브랜드 옷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A브랜드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확고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 박씨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구입처에서 A브랜드의 제품 디자인 뿐 아니라 가격대까지 비슷하게 모방한 것을 보고 큰 배신감을 느꼈다.

(왼쪽부터)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네파 숏 패딩 /사진=각 사


직장인 손모씨는 “어깨 부분에 검은색 배색 원단이 들어가고 가슴과 뒷면에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디자인이 한눈에 봐도 비슷하다”며 “노스페이스 제품인 줄 알고 착각해 구매할 뻔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노페이스의 눕시 다운 재킷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게 된 건 뉴트로 열풍 덕에 해당 재킷이 재인기를 끌면서다. 지난해 노스페이스가 국내에 선보인 해당 자켓은 무신사에서 선판매 한 동시에 무신사 스토어 판매 랭킹 상위권을 점령했고 인기 상품이 30분 만에 품절되는 사태를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잘 되기 시작하면 일단 비슷하게 만들고 보자는 게 패션업계 정설”이라며 “숏패딩의 경우 특정 브랜드의 고유 디자인이 아닌 일반적인 디자인인 만큼 100% 표절시비에서 빗겨가면서 어느 정도 판매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세실업의 자회사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혹으로 고소를 당했다. 

◆위메프 버버리도 '도마 위'

듀카이프에 따르면 듀카이프는 2016년 9월 일명 ‘마스크 모자’를 내놨다. 마스크를 내려 코와 입을 가리거나, 모자 챙 위로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대박’을 쳤다. 한세엠케이는 그해 10월 이와 유사한 제품을 내놨다.

듀카이프 측은 “지난 2017년 5월 패션박람회에서 한세엠케이 관계자들이 제품에 대해 물어보고 촬영해갔다”며 “제품이 인기를 끌자 그대로 베껴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세엠케이는 “모자에 마스크를 거치하는 형태는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세부사항도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온라인 마켓 위메프는 송승렬 디자이너(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이사)가 제작한 ‘번개 스웨터 티셔츠’와 유사한 제품을 내놔 법정 소송까지 간 뒤 합의로 마무리됐다. 2013년엔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특유의 ‘체크무늬’를 사용한 국내 업체들에 소송을 걸었다가 합의를 본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패션업 특성상 창조와 모방을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표절 시비가 만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셔츠와 바지 등 상품의 기본적인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셔츠나 바지 일부 형태를 변형했다고 해서 독창성을 인정받기 힘든 구조다. 

계절·유행 주기가 빠른 것도 표절의 또 다른 배경이다. 3개월 안에 개발한 의류 등을 판매해야 하는데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하는 데만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선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느슨한 법 조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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