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책 발표와 미국 잭슨홀 콘퍼런스에 대한 기대심리가 신흥국 증시와 코스피 반등을 이끈 한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데다 미국 연준 의장이 적극적인 금리인하 신호를 나타내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 주말 중국 정부는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1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부과 시점은 품목별로 시차를 두고 9월 1일과 12월 15일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서도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해 기존 관세율을 포함하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는 최고 50%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25%에서 30%로 올리고, 9월 1일부터 부과될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의 대체재를 찾으라는 지시와 더불어 무역 단절을 초래할 수 있는 비상경제권법 발동까지 거론해 미중 강대강 대립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가 완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이같은 상황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던 지난해 하반기 당시의 여건과 유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분위기는 올해 연초 들어 미중 무역갈등 완화 조짐과 연준의 긴축완화 신호를 계기로 반전된 바 있다. 반면, 현 상황에서 우려되는 문제는 미중 무역 갈등 타협의 단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중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시기를 늦추고,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유예기간을 연장하면서 양국간 유화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뚜렷한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전현직 중국 최고 지도부의 비공식 회의체인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중국 정부가 대미 협상 강경 노선으로 입장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무역정책국장은 양측의 무역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중간 치킨게임 장기화라는 배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9월 초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은 별다른 타협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직면한 경계요인이다.

또한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는 홍콩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그동안 배후로 지목해 온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경 노선을 나타낼 경우 글로벌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및 아시아 금융허브로 평가되는 홍콩의 정정 불안은 위안화 약세 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이는 한국의 원화 등 아시아 신흥국 전반의 통화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경계요인이다.

한국증시의 경우 이번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효에 따른 수출규제 품목 확대 가능성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리밸런싱에 따른 수급 부담까지 맞물린다는 점이 시기적으로 더욱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밸류 측면에서 한국증시는 올해 일정부분 선조정 과정을 통해 12개월 예상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해 있어 시장에서는 이점을 메리트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들의 정치 이슈는 쉽게 예단할 수 없고, 현 국면은 아직 불확실성의 확산 단계라는 점에서, 국내외 증시 환경들의 매듭 완화 단서를 찾기 전까지는 당분간 보수적인 시장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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