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무역갈등으로 판로 막히자 베트남으로 재고 쏟아져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미국산 냉동닭이 베트남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kg당 1000원이 안 되는 미국산 슈퍼 닭고기가 베트남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힌 미국산 닭들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이에 저렴한 수입 닭과 가격경쟁에서 밀려난 베트남 축산농가들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정부기관이 안전성이 담보된 수입 닭의 최저가격을 파악 및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15일(현지시간) 베트남 세관총국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까지 미국으로부터 냉동 닭다리를 비롯해 날개 및 통닭 등 6만2000톤 이상을 수입했다. 수입금액은 4660만 달러 이상으로, 1kg당 1만8000동(약 900) 이하의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축산물 유통회사인 탄 빈(Thanh Binh)사 팜 둑 빈(Pham Duc Binh) 사장은 현지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가격으로 수입 닭이 들어오게 되면 확실히 국내 생산자들은 상황이 어렵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닭고기의 가격은 미국에서도 ’black Friday’와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으로 수출이 막힌 미국산 닭이 베트남으로 향하는 상황. 재고가 쌓여 있기 때문에 저가 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이유로 알레스카산 랍스터와 크랩, 그리고 체리가 베트남에 저가로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몇 달째 베트남 대도시 레스토랑에서 날개 돗힌 듯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랍스터와 크랩, 체리 등은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산업에 영향은 없다.

Binh 사장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가금류 생산 가격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볼 때 약 30%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생산단가가 더 낮기 때문에 현재 미국 닭고기의 수입가격은 일정기간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소비자와 국내 생산자가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수입 닭의 최저 가격과 안정성을 조사해 발표해야 한다고 축산 농가들은 설명한다. 

소시지 등 가금류 가공유통회사인 바 후안사의 판 티 후안 대표는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우려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베트남의 대표적인 가금류 생산업체인 바 후안(Ba Huan)사 판 티 후안(Pham Thi Huan) 대표는 “미국 닭고기 가격이 1만8000동/kg로 판매되면 국내 가축 산업은 모두 죽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현재 미국산 냉동 닭고기는 공단 근처에 있는 시장이나 해안가 어촌마을 같은 매장 위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과거에는 냉동 닭고기가 50kg씩 포장되었지만, 이후 20kg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kg단위로 더 작게 분리포장돼 판매된다. 그러다 보니 원양어선 등 정기적으로 바다로 나가는 어선들도 냉동 닭고기를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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