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장중 한때 1,900선을 밑돌기도 했던 코스피 지수가 1,950선 부근으로 회복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바닥권 통과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증시 환경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PBR(주가순자산 비율)은 최근 0.89배 수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당시의 저점 수준인 0.86배 부근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코스피 추가 조정폭의 확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수출 경기 불확실성 증가와 이에 따른 기업실적 하향조정 등으로 인해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밸류는 최근 11배 수준으로, 2010년 이후 평균치인 9배 대비 높은 상황이다.

즉, PBR(주가순자산 비율)로 보면 코스피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상승 동력 역시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조정폭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매도우위보다 분할 매수의 접근 관점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상승 반전 시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소요 시간과 종목별로 보다 저가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 등 기회 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진입 시기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국면이다.

한국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지표가 수출 경기인 만큼 국내증시의 모멘텀에 대한 단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간 갈등의 완화 여부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국내외 증시 흐름을 되돌아보면, 지난 6월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재개 및 추가 관세 부과 연기를 합의해 시장에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7월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미국이 9월부터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7월 중순 이후 다시 변동성 확대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일본이 7월 초부터 IT 핵심소재 세 가지 품목의 한국향 수출 규제를 실시한 데 이어 8월 초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결정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글로벌증시 대비 실적 전망 컨센서스와 주가의 상대적 부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일간 갈등이 무역분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일부 핵심 소재 수출을 허가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됨에 따라 수출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 시행일이 이달 말로 공식화됐고, 수출 규제 품목 확대 가능성이 잠재해 있어 아직 본격적인 해결 국면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압박이 커진 데 대해 최근 중국이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카드로 맞대응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강대강 구도 심화 및 환율 분쟁으로 확산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미중 갈등 관계의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무역관련 정책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수는 최근 큰 폭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 지수는 과거 역대 미국 대선이 치러진 해에 하락하는 패턴을 나타낸 바 있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들어 양국의 무역갈등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다만, 시기적으로 올해 하반기 중에 미중간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당분간 미중 무역갈등의 단기적인 주요 가늠자는 위안화 환율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움직임에 한국의 원화가 연동하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고,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증시에서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의 이탈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경계요인이다.

다행히 한국의 대외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수출 실적과 관련해 주요 지표인 국제 반도체 가격 지수가 지난 7월 들어 20% 이상 급등한 이후 최근 완만한 가격 조정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반도체 등 IT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 기대 요인이지만, 국내증시 상승 종목의 확산과 코스피 상승 모멘텀 확보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변수가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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