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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윤동한 회장이 보여준 상장사 창업주의 구태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08.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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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막말 동영상' 논란 확산의 여파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을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한 뒤 나흘만입니다.

한국콜마를 1990년 창업해 30년 가까이 이끌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른 결정입니다. 본인이 물러나도 아들인 윤상현 총괄사장이 회사를 경영하게 돼 실질적인 지배력은 그대로란 점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운 결단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윤동한 회장의 퇴진이 계약 파기 등 당장의 파장을 모면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인지 아니면 '조삼모사'인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윤동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입맛이 씁쓸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할 때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욕하고 반대로 아베의 추켜세우고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틀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윤동한 회장의 행동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직원들과 주종(主從)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면 윤동한 회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내용의 영상을 상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급여를 지급하고 함께 일을 하는 직원을 업무뿐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과 의식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뜻입니다.

사실 창업주가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이념을 강요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소위 '사회생활'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특정 선택이 강요되는 모든 상황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창업주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식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보고와 건의를 하지 못하는 경직된 기업 문화로 이어집니다.

이런 일은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창업주의 인식이 최소 십수 년 전인 창업 당시에 머물러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처음 기업을 만들고 어느 정도 성장을 하기 전까지는 빠른 판단과 실행을 위해 직원들의 개인적인 선택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불모지에서 함께 성공을 이루고 그 결실을 공유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입니다. 창업주가 강하게 회사를 끌고 가는 방식이 초기 기업 성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은 개인 회사가 아닌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사란 타이틀을 얻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창업주의 일방통행식 사고와 경영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심하면 쇠락의 길을 걷게 하는 독이 될 뿐입니다.

많은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IPO를 하면서 창업주가 대주주 지위만 유지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을 기업의 지속 성장 방법의 하나로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콜마도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콜마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개인이 국내 주식시장 상위 10%(시가총액 기준) 이내의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성공 신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창업주의 구태가 신화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장사를 키워낸 많은 창업주가 한국콜마 사태를 그냥 하나의 뉴스로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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