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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의 식품야사]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창업 29년만의 씁쓸한 사퇴“모든 건 제 잘못, 국민께 죄송”, 일본 불매운동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CEO 사퇴 첫 사례
  • 신준석 기자
  • 승인 2019.08.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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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의 응답도 없는 일방적인 사과문 낭독이었다. 정치권은 국민앞에 무릎 꿇고 사과를 원했지만 허리를 3번 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준비해온 사과문을 단 3분 간 읽은 뒤 쏟아지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갈한 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막말 동영상 시청 강요' 논란에 대해 책임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보인 행동이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전 직원 700여 명이 참여한 월례조회에서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윤 회장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사태에 깊이 반성하며 저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한지 29년 만에 씁쓸한 퇴장을 한 것이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와 관련한 처신과 논란으로 사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회장은 "지난 7일 회사 내부 조회시 참고 자료로 활용했던 동영상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게 된 고객사, 저희 제품을 신뢰하고 사랑해 주셨던 소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드린다.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콜마는 회사 월례조회 때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틀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대통령)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이 없다"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는 이후 입장문을 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동영상의)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선 안 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일본콜마가 한국콜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이번 윤 회장의 사퇴는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고객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한국콜마의 고객사들을 이른바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리고 공유하는 등 저항이 거셌다.

또 윤 회장의 발언 직후인 지난 9일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는 전일대비 무려 8.56% 가량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도 컸다.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회장 비판에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조승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오후 논평에서 "한국콜마는 국민의 분노에 직면하자 올바른 역사 인식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직원들에게 영상을 보여준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했다"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결국 해명인지, 변명인지 불분명한 회사의 입장 발표에 논란은 더 커졌고 회사 홈페이지는 종일 접속 불통이었으며 주가마저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조 부대변인은 또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 속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런 망언이 도대체 올바른 역사 교육이란 말이냐.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대응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조 부대변인은 "더 이상 한국콜마 직원의 입을 빌려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다 국민들의 분노만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윤 회장이 맡고 있던 공식적인 직책은 한국콜마의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공동 대표이사'다. 윤 회장의 사퇴로 김병묵 한국콜마홀딩스 공동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주력 계열사인 한국콜마 법인은 아들인 윤상현을 비롯해 이호경, 안병준 3인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나머지 주요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갑작스런 오너의 사퇴로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 특히 국내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위상과 소비자 및 고객사 신뢰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 출신의 '제약맨'이다. 1990년 일본의 화장품 전문회사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2012년 10월 기존의 한국콜마를 인적분할해 2012년 10월 존속법인은 한국콜마홀딩스로 상호를 바꾸고, 화장품과 제약사업 부문은 신설법인 한국콜마로 출범했다. 현재 일본콜마는 한국콜마 지분 12.43%,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 중이다.

윤 회장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93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했다. 2002년 제약 공장을 완공한 뒤 본격적으로 제약 원료 산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며 매출액 1조3579억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는 마스크팩 공장, 바이오의약품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뷰티·헬스 그룹으로 입지를 다져갔다.

강준영 한국콜마 경영지원부분 전무는 "관계사는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어, 기존에 있던 체제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신준석 기자  sjs@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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