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 머무르고 있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강국이자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로 불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를 두고 "왜 하필 이스라엘 인가"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신 회장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주목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 끝에 뗀 발걸음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기존 한국-일본 연계에 초점 맞춰진 사업구조를 해외 각국으로 넓히는데 주력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완전히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등을 롯데가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는 국가들을 다니며 사업 영역 확대에 힘을 실어 줬다. 국내 기업들 중 처음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독대해 본격적인 미국 진출까지 약속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 수출규제뿐만 아니라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질 정도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다. 또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되기도 어렵다보니 해외시장 공략을 보다 서두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주력 사업인 제과·유통·호텔·화학 등 국내 사업은 경쟁 심화, 업황 부진 등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신 회장의 발걸음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주목하지 못한 이스라엘로 눈을 돌렸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스라엘과의 연계사업이나 제휴 등을 생소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이스라엘은 미래산업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국가적 차원에서 스타트업 및 하이테크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이스라엘은 적은 인구와 군사적 긴장상황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상위권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하이테크 기술 기반 중심으로, 현재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상장돼 있다. 신 회장은 직접 이스라엘을 둘러보면서 현지 혁신 우수사례들 중 롯데와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어떤 요소를 벤치마킹해야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유통부문에서 옴니채널 구축과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 주목하고 있는 롯데는 이번 방문에서 해당 분야의 관계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11일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창업 및 기술혁신 지원 시스템과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소개, 그리고 롯데의 스타트업 투자사례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12일에는 아디브 바루크(Adib Barcuh) 이스라엘 수출공사 사장을 만난다.

이후 신 회장은 농업기술업체 테블(TEVEL), 이스라엘 최대 식품사 스트라우스(Strauss)의 푸드테크 인큐베이터인 더 키친(the Kitchen), 이스라엘 최고 수준의 투자회사 피탕고(Pitango) 벤처캐피탈,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 코카콜라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더 브릿지(The Bridge) 등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스타트업과 신기술 업체, 연구소 등을 방문한다. 이런 거침없는 발걸음은 기술력 확보와 사업진출을 동시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 내수 침체, 외환·주식시장 부진 등 국내 경제 상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이후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소한 곳으로 떠난 그가 어떤 해법을 들고 돌아올지, 이미 재계의 관심은 신 회장에게 쏠려있다. 신 회장이 어떤 답안지를 적어올지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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