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시장 장악력↓...미중 무역충격 대응력 제한적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제유가를 가까스로 떠받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석유장관이 유가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whatever-it-takes)고 엄포를 놨다. 8일(현지시간) 유가는 2% 넘게 반등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끝냈다. 

하지만 사우디의 유가 장악력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사우디의 의지가 무색하게 원유시장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우디가 감산과 같은 수단을 동원해 유가를 끌어 올리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러한 행운이 재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구두 개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5월,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선 아래로 내렸을 때 그 말을 사용한 바 있다. 이에 유가는 반짝 오른 뒤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침내 상승세를 이어가 2018년 가을에는 배럴당 86달러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의 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사우디의 구두개입이 효력을 발휘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려 하겠지만,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대립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리고 이는 분명히 유가를 압박하는 요소다. 

유가가 약세인 가운데 공급을 추가로 축소한다면, 사우디는 시장점유율을 잃기만 하고 특별히 더 많은 매출을 올리지는 못할 수 있다. 사우디의 구두 개입으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56달러에서 밤새 58달러까지 올랐으나, 8일 오전 기준으로는 배럴당 57달러로 다시 후퇴했다.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보면 사우디는 더 큰 존재론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우디가 최근 중앙은행들의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파도를 막으려 애쓰는 오늘날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른 중앙은행들처럼, 사우디는 무역전쟁의 충격이 자신의 대응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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