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까다로워진 선정 기준에 울상...한국 '기술과 경험', 중국 '물량공세' 앞세워

베트남 현지 기업들은 외국 투자자와 합작형태가 아니면 남북 고속도로 입찰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출처:미디어써클]

올 하반기 베트남 건설시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이슈는 단연 남북고속도로다. 민관합동(Public-Private-Partnership, PPP)방식으로 진행되는 8개 프로젝트에 예상되는 투자액만 104조동(약 5조원)이 넘는 베트남 최대 토목공사로 꼽힌다.

치열한 경쟁은 당연할 터. 사전 입찰에만 국내・외 건설기업들 60곳이 참여했다. 베트남  29곳, 중국 16곳, 한국 5곳, 프랑스 2곳, 싱가폴과 필리핀이 각각 1곳이다. 이들 건설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입찰 초반에 컷 아웃(Cut-out)될 위기에 놓인 베트남 기업들은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많이 입찰에 참여한 중국기업들은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선진 기술력과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 높아진 입찰 조건, 베트남 건설사들 해법은 한-중과 '짝짓기(?)'

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베트남 건설기업들은 남북고속도로 입찰 초반부터 대거 탈락 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남북고속도로 입찰에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투자자들 앞에서 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시공하기 위해 해외기업이나 다른 현지기업과 합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까지 진행된 사전입찰에 데카그룹(Deoca JS Group), 프엉 탄(Phuong Thanh), 비나코넥스(Vinaconex), 타스코(Tasco) 등과 같은 베트남 건설업계에서 명성있는 기업들은 모두 남북고속도로 프로젝트 입찰에 합작 또는 단독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지 매체 '징'과 인터뷰에 나선 한 베트남 건설기업 대표는 "일부 건설 및 설치 패키지를 얻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지 기업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 기업은 5조동 이상 규모의 고속도로를 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투자자들과 협력해 남북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의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높은 수준의 국제 입찰을 따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남북고속도로 입찰 기준부터가 베트남 기업에게 큰 장벽이다.

베트남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는 남북고속도로 사업 사전입찰에는 60개 기업이 몰렸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자의 지분 참여 비율을 베트남 정부가 과거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올렸다. 투자자가 계약자인 경우 2개 이상 프로젝트를 직접 건설한 경험이 있어야 하며, 각 프로젝트의 실 투자금액은 입찰하는 프로젝트의 총 투자자본의 2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의 계약자가 프로젝트에서 많은 입찰 패키지를 따낼 가능성은 낮다.  여러기업들이 합작 투자해도 경험 부족으로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다.

현지 건설기업 경영진들은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증도 어렵고 국제기준에서 인증된 수준의 공법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건설기업인 코스카 김용익 대표는 "지하철이나 도로공사에서는 여러가지 선진기법들이 필요한데 현지기업들은 기술인증을 받지 못해 입찰자격조차 없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력에서는 더욱 참여가 힘들다. 현지 은행들도 BOT 프로젝트에서는 신용정책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에 대출도 어렵다. 현재같은 입찰조건이라면 베트남 기업들은 초반에 무더기로 탈락 될 가능성이 높다.

Deo Ca 그룹 대표는 "우리와 같은 국내기업은 다른 해외기업과 합작할 예정이다. 나중에 낙찰되면 건설 하도업체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잠재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자금을 대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Deo Ca그룹은 현재 응이 손-지엔 쩌우(Nghi Son-Dien Chau), 지엔 쩌우-바이 봇(Dien Chau-Bai Vot ) 및 캄 람-빈 호아(Cam Lam-Vinh Hao) 등 3개 프로젝트에서 입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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