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국산 맥주 반사 이익 노려

편의점에 진열된 일본 맥주.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서 결국 제외했다.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맥주 업계는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 동안 국내 수입 맥주 판매는 1위는 칭따오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일본 맥주 아사히였다. 지난해부터 아사히는 수입 맥주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올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보복 방식에 분노한 한국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유통업계는 불매운동에 앞장서서 동참하고 있다. 씨유(CU) 편의점은 1일부터 수입맥주 4캔 묶음판매(1만원) 행사에서 아사히·삿포로 등 19종의 일본맥주를 뺐다. 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맥주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CU는 지난달 일본산 맥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1일~31일 판매액 기준).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수입맥주 판매량은 7.5% 늘었다. 지난달 이마트에서 팔린 일본산 맥주 매출액도 –62.7%를 기록했다(1일∼30일 기준).

GS25에서도 지난달 일본산 맥주 판매량이 40% 감소했다. 이 편의점에서 대용량 캔맥주 부문 1위를 차지하던 일본맥주 브랜드 아사히는 7위로 하락했다. 반면 국산 맥주 브랜드 카스는 아사히를 제치고 매출액 기준 1위로 뛰어올랐다.

수입 맥주 상위권을 점령했던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자 국내 맥주 업체들은 TV 광고를 강화하고 가격할인까지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7월 중순부터 여름 시장 공략을 위해 테라의 새로운 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지상파, 케이블, 온라인 등 매체도 다양화 했다. 테라의 모델 배우 공유가 나와 청량감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하이트진로가 2차 마케팅에 돌입한 시기는 일본 불매 운동이 불기 시작한 직후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노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평가다.

하이트맥주는 테라의 새로운 광고 영상과 함께 지난달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오비맥주는 이달 말까지 '카스'와 발포주 '필굿' 특별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한여름 맥주 성수기에 출고가를 낮추는 것 자체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점유율 회복 적기라고 판단,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만큼은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일본의 무역 보복과 유니클로가 촉발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연말까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국산맥주가 얻는 반사 이익은 확실히 존재한다"며 "불매운동이 장기화 될 양상을 띠고 있어 틈을 노리는 마케팅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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