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각 사

뷰티업계 영원한 맞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2분기 성적표를 들고 희비가 엇갈렸다. 업계 1위인 LG생활건강은 역대 최대 실적을 또 갈아치우며 2위 아모레퍼시픽그룹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차이나 드림’을 꿈꿨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 이후 계속되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어닝쇼크 수준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2분기 성적표… 엇갈린 희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8325억원, 영업이익이 30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 12.8%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지난 1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당기순이익도 2115억원으로 12.9% 늘었다.

상반기 실적도 사상 최대다. 올 상반기 LG생활건강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9% 증가한 3조7073억원, 영업이익은 13.2% 늘어난 6236억원을 기록했다. 효자 브랜드 ‘후’가 이끄는 화장품 사업과 더불어 생활용품, 음료 사업이 모두 성장한 것이 상반기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2% 감소한 110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난 1조568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41.2% 줄어든 746억원에 그쳤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878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1조3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에 그쳤다. 

로드숍 시장 침체 영향으로 이니스프라와 에뛰드 매출도 각각 8%, 20% 하락한 1476억원, 4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에뛰드도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수익성이 훼손됐고 후속 브랜드의 부재, 높은 중국 의존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 회장은 2016년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후 사드 사태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사상 최대 규모인 영업이익 848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지속하다 사드 사태 이후 2017년 596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 궁중화장품 후 홍콩 레인크로포드 백화점 모습/사진=lg생활건강

차 부회장은 사드 이후 오히려 고속 성장 중이다. 2016년 8809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393억원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을 크게 앞질렀다. 

◆서경배의 ‘중국 의존’ vs 차석용의 ‘사업 다각화’ 

그 배경에는 서 회장과 차 부회장의 경영 전략 싸움에서 이미 갈렸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차 부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데 주력했다. 

사드 이후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은 직격탄을 입은 반면,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진출하는 등 리스크 분산에 나섰던 LG생활건강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중국 뷰티시장에 부는 럭셔리 브랜드 수요에 대한 대응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은 중저가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오프라인 사업을 접고 ‘후’와 ‘숨’,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성장세에 날개를 달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발목이 잡혀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수장의 경영능력 차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큰 그림을 그린 차 부회장과 달리 서 회장은 지나친 중국 의존도로 수출과 면세점 매출이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