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국내 1위 맥주제조사인 오비맥주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가격 특별 할인에 나서면서 소상공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이번 갈등은 다른 때보다 더 오비맥주의 속을 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면서 아사히 등 기존 수입맥주 판매순위 1~2위권의 빈자리를 공략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오비맥주의 속은 더 쓰리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표 브랜드 맥주인 '카스'와 발포주 '필굿' 가격을 낮췄다. 행사기간 카스 병맥주는 500ml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원22전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이를 두고 오비맥주는 주류도매상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올해 4월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비용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주요 맥주 출고가를 2년 5개월만에 평균 5.3% 인상했다. 이번 할인 이벤트로 카스 병맥주(500ml) 출고가는 가격 인상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무더운 맥주 성수기를 맞아 주류도매상들이 반길만한 소식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와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가격 인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별할인행사로 판매가와 공급가를 낮출 수 있게 됐지만 도매업체나 유통사들이 기존에 사들인 재고분에는 할인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오히려 기존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다수 도매상이 1203원에 재고분을 사들인 가운데 공급가가 1147원으로 떨어지면 판매업소에선 할인된 가격 적용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도매업체들의 유통마진은 줄어들 게 된다.

결국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지난 26일 이와 관련한 긴급이사회를 열고 반대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선 오비맥주의 도매사 PC 접속과 자료요청 거부, 행사 불참,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 전과 7월 주류 리베이트 관련 고시 시행 이전에 물량을 많이 받아놨는데, 이제와 한달간 할인을 한다고 하면 기존 재고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경쟁자(하이트진로 테라)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일본계 맥주 불매 운동이 번지는 시점이다보니 오비맥주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찬스가 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할인 이벤트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재고를 반품하거나 인하분만큼 제조사에서 보상하는 등의 대안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강경하게 나가기로 한 만큼 당분간 오비맥주의 속앓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앙회 관계자는 "도소매 유통업체와 상의 없는 일방적 가격 할인이 주류거래 질서에 혼선을 주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갑질'"이라며 "모든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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