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을 중심으로 62년간 속옷 시장을 선도해 온 남영비비안이 매물로 나왔다. 고 남상수 회장이 1957년 설립한 남영비비안은 비비안을 비롯해 비비엠, 마터니티, 젠토프, 수비비안, 로즈버드, 판도라, 드로르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토종 속옷 브랜드의 대표 주자지만 해외브랜드 공세에 성장이 정체되면서 매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여성용 속옷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영비비안, BYC, 쌍방울 등 내로라하던 토종 속옷 브랜드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국민의 실생활 깊은 곳에 스며들며 성장했지만 내수침체, 대형 SPA(제조·유통일괄형)브랜드 침공 등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

◆62년 전통… 남영비비안 경영권 매각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영비비안은 최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경영권 매각 검토에 들어갔다. 매각 주관사는 라자드코리아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지분율 23.79%)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5.88%다. 

남영비비안은 경영권 매각 추진과 관련한 조회 공시 답변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비안 로고

온라인 직구 활성화 등으로 해외 브랜드 속옷 구매가 쉬워지는 데다, 원더브라 등 중저가 브랜드의 공세로 회사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남영비비안의 지난해 매출은 1.5% 줄어든 2061억원, 당기순손실 67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393명이던 직원을 지난해 236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 공장 등을 매각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은 남영비비안 뿐이 아니다. ‘비너스’로 대표되는 신영와코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7% 줄었고 속옷 전문기업인 코튼클럽도 지난해 매출은 706억원으로 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4%나 떨어진 48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BYC는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 30% 증가한 1979억원, 9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중 66%는 건설 및 임대사업 매출이었고 섬유부문 매출은 33%에 그쳤다.

◆SPA, 해외브랜드 공세에 밀려

토종 속옷업체들의 잇단 몰락은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에 게스, 캘빈클라인 등 해외 이너웨어 브랜드까지 활동 하면서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너웨어를 만들고 대형 유통업체도 PB(자체상품)를 통해 속옷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여기에 홈쇼핑을 공략하는 신규 브랜드도 잇따라 속옷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실제 토종 속옷 브랜드의 부진 속에 해외 브랜드가 틈새를 비집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헤인즈 브랜즈의 원더브라는 2009년 국내 발매를 시작한 후 2013년 속옷 시장점유율이 1.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4%로 치솟았다. 이로써 원더브라는 국내 속옷시장 점유율 2위 브랜드로 우뚝 섰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 타깃으로 지목된 유니클로는 속옷시장에서도 선구권에 속한다. 유니클로의 속옷시장 점유율은 2013년 2.2%였지만 지난해에는 3.1%로 뛰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속옷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낮아 1만원대 가성비를 앞세운 속옷까지 등장하는 등 시장이 변하면서 국내 속옷브랜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와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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