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글로벌
[글로벌&]국제유가를 위아래로 압박하는 '이란산 원유'
  • 신창식 기자
  • 승인 2019.07.23 09:08
  • 댓글 0

원유시장이 강력한 상하방 압력에 놓였다. 당장은 이란산 원유가 미국은 물론 영국과 갈등으로 수출길이 막혀 상승 압박이 가해졌다. 하지만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항구에 수백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쌓이면서 유가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 英·이란 유조선 갈등에 공급 우려...유가 1% 넘게 상승

2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1% 넘게 뛰었다. 지난주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나포한 이후 양국의 갈등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공급 관련 우려가 지속됐다.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59센트(1.06%) 오른 배럴당 56.22달러를 기록했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79센트(1.26%) 상승한 배럴당 63.26달러를 나타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임페로(Stena Impero)를 나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서는 즉시 유조선을 석방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국방장관은 상황의 완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조선 나포와 관련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긴급 위원회를 열어 페르시아만의 해상운송 보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의 유조선 나포를 두고 "국가의 해적 행위"(state piracy)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운송 안전을 위해 유럽 주도 해상임무의 통합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영국은 지브롤터 인근에서 이란의 유조선을 억류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의 긴급 석유재고는 상황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을 충분히 만회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압박 우려는 여전히 시장을 맴돌고 있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글로벌 원자재 전략부문 헤드는 "수요 위험이 지정학적 긴장보다 크다"며 "수요는 여전히 크게 우려할 만한 요인이며, 특히 중국의 경제활동 감소를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는 원유 부족을 예상하지도 않는다"고 블룸버그에게 말했다.

◇중국에 쌓이는 이란산 원유 풀리면...


중국이 막대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분위기를 품기면서 유가는 정반대로 향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조선들이 이란산 석유 수백만 배럴을 중국 항구의 저장고에 하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바로 앞에 상당량의 원유가 쌓이는 중이다.

중국 내 항구운영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이란 석유수입을 금지한 뒤 2개월 반 동안 이란산 석유는 중국의 '보세창고'(bonded storage)에 계속해서 보내졌다. 이 물량들은 현지 세관을 통과하지 않아 중국의 수입통계에 반영되지 않으며 제재규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시장에 유통되지는 않았으나, 이 공급량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정유업체들이 이 물량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도 유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탓이다. 또한 이 경우 이란은 석유 생산을 계속해 잠재적 수입국들과 인접한 지역으로 이를 보낼 수 있다.

FGE의 레이첼 유 애널리스트는 "현재 이란의 석유는 중국 보세창고로 수개월 동안 흘러들어갔으며, 감독이 강화된 와중에도 이같은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핵심 수입국의 인접지역에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특히 제재가 어느 순간 완화될 경우 수출국에게 확실히 이롭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유조선 추적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보세창고로 향하는 이란산 석유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와 그 운송부문이 보유한 최소 1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소규모 유조선 2척은 중국으로 항해 중이거나, 중국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다. 해당 유조선들의 총 운송 용량은 2000만배럴 이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보세창고에 보관돼있는 이란산 석유는 여전히 이란에 소유권이 있고, 따라서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국 세관을 통과하지 않았기에 이론적으로는 수송 중인 물량이다.

그러나 해당 공급분 중 일부는 중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석유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이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일례로 중국 내 한 기업은 현물 상환 협정에 따라 이란의 석유생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종류의 거래가 제재 위반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해당 공급분을 보세창고에 그대로 둬 공식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가 중국 보세창고를 나와 시장에 유통될 경우 유가가 압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고조로 지난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20% 넘게 내렸다. 이후에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며, 여기에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가 일부 기여했다. 현재 WTI는 배럴당 56달러대에 거래중이다.

BAML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은 글로벌 경제성장세를 더 크게 압박하는 동시에 이란과 중국의 공조를 부추길 수 있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 정유업체들이 이란산 석유를 지속적으로 대규모 수입하기 시작할 경우, WTI는 배럴당 40달러까지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창식 기자  csshin@businessplus.kr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