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롯데마트가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해 주목 받았던 '통큰치킨'의 부활로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나치게 저렴한 값으로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고 사라졌던 상품이 재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는 배달하지 않고, 포장만되며 대량 생산·판매가 가능한 대형마트의 이점을 살려 당시 만원대 초중반이었던 치킨 한 마리를 5000원에 판매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롯데마트는 일주일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막상 통큰치킨이 중단되자 이번엔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도 저렴하게 치킨을 먹을 권리가 있다', '그동안 치킨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얼마나 많이 남긴 거냐' 등의 반응이었다. 얼마나 비싸게 치킨을 판매해온 거냐는 논리가 확산하자 치킨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상황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렸고 해당 논란은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9년이 지난 올해 3월 롯데마트는 다시 통큰치킨을 내놨다. 9년전과 동일한 가격에 양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그동안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상품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통큰치킨이라는 이름으로 나온적은 없었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값이 2만원에 육박한 상황이다보니 저렴한 통큰치킨은 많은 고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3월 이벤트 성격으로 일정 기간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예상보다 반발이 적었고 롯데마트는 '이벤트'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28일∼4월3일 창립 21주년 즈음 통큰치킨 12만 마리를 출시, '완판'한 데 이어, 지난 5월1일∼8일에도 통큰치킨 17만 마리를 판매했다.

이를 지켜본 프랜차이즈들의 반발은 커졌다. 지난 21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기업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행사를 지속할 경우 회원사들의 롯데 계열사 제품 구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에 "협회의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롯데 측이 행사를 계속하는데 매우 유감스럽다"며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치킨 시장 유통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은 반 시장적 행태"라고 강조했다.

이는 롯데마트 측도 충분히 예상한 결과다. 그럼에도 롯데마트는 침체되고 있는 마트 산업의 돌파 요소 중 하나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간식 중 하나인 치킨을 다시 떠올렸다. 충분히 논란이 예상되는데도 롯데마트가 굳이 통큰치킨을 내놓은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 통큰치킨은 '마이너스' 상품이다. 통큰치킨 가격 5000원은 현재 치킨업계 구조상 생산부터 도계, 가공, 유통, 조리까지 한 업체가 수직적으로 맡더라도 맞추기 힘든 가격이다. 그런데도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판해하는 것은 '미끼상품'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마리당 1000원가량 손해를 본다고 가정해도 치킨을 사러온 이들이 마트 내 타 상품을 보고 구매할 경우 손실은 이익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제 구도는 '생계를 위협받는 소상공인들'과 '산업 자체가 침체되고 있는 대형마트 및 저렴하게 먹을 권리가 있다는 소비자'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남들이 보기엔 '고작 치킨 한 마리'에 불과하지만 소상공인들과 마트 입장에선 치킨 한 마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상황이다. 치킨 한 마리에 대한 절실한 정도나, 받게될 타격은 감히 대형마트를 소상공인에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만 보면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이들이 앞으로 '상생'이라는 합의점을 찾게될지, 9년 전 중단 사태를 되풀이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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