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코스피는 올해 6월 초 이후 지수 2100포인트 부근에서 방향성 없는 박스권 등락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유동성 개선이 지수 하방 압력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불리한 국내증시 내부 여건은 지수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외 유동성 측면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다. 인도가 지난 6월 올해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호주는 6월과 7월 두 번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주에는 한국은행도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이미 제로금리임에 따라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정책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금리 인하 폭의 문제일 뿐 시장에서는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의 목적 자체가 경기 부양적 성격을 갖고 있고, 통상적으로 저금리는 주식시장에 유동성 개선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통화완화 정책 기조의 확산 무드는 주식시장에 유동성 랠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문제는 국내증시의 펀더멘탈 여건이다. 지난해 4분기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이후 수출 부진과 기업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경기와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주 예정된 2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국내외 전망 기관들의 전망치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어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현실화 등 대외 여건 악화가 맞물리면 성장률 2%대 수성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 재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협상 타결까지 장기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 주말 참의원 선거를 치른 일본에서는 집권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반면, 개헌 발의를 위한 2/3 의석수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헌 추진은 어려워졌지만,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 정부의 급격한 태도 변화 가능성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번주에는 국제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오를 예정이다. 또한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의 한일 양국 방문이 계획돼 있어 한일간의 무역갈등 강대강 구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줄지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에 나섰던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 배제와 관련해 이번주 의견 수렴 및 이후 각료회의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가 국내증시 흐름에는 향후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여기서 제외될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계 등 폭넓은 산업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유동성 개선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증시의 견조한 흐름이 국내증시의 하방 압력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현 국면에서 국내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금리인하 이외에도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