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제조업체 고어텍 생산기지 이전 검토...기술-임금수준 등 미흡하단 비관적 시각도

삼성과 애플의 생산기지가 되고픈 베트남의 꿈이 이뤄질까?[사진출처:미디어써클]

애플(Apple)의 에어팟(AirPods)을 공급하는 고어텍(GoerTek)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베트남이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긴장 상황이 지속된 덕분에 글로벌 제조기지를 꿈꾸는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삼성’과 ‘애플’이라는 스마트폰 양대 거인들의 생산기지가 되고픈 오랜 염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반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부품조차 생산하지 못하는 베트남 현지사정과 급상승하는 임금 등을 감안하면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나온다.

■ 첫발부터 떼자...시험생산 소식에 환영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외신을 인용해 GoerTek이 무선 이어폰 생산계획을 공급업체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GoerTek은 이번 주 AirPod 생산 라인의 모든 자재와 부품을 베트남에 이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공급업체들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GoerTek측은 "애플측과 더 많이 상의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GoerTek은 모든 공급 업체가 계약에 기재된 단가, 운송기간을 보장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공급업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애플은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길 원한다. 확정된 사안은 아니고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언제든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에어팟을 생산하는 고어텍은 베트남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애플은 지난달 20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서 에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의 주력 상품은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제조기지일 뿐만 아니라 애플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연간 애플 매출액의 20% 이상을 중국시장에서 기여하고 있다. 

Yuanta Investment Consulting의 분석가 James Wei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복수를 원한다면 애플이 가장 명확한 목표"라며 "무역 전쟁이 일어나면 애플과 주요 공급 업체는 많은 정치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에 충전 및 충전 케이블을 공급하는 회사인 청웨(Cheng Uei)는 미중 무역 긴장상황으로 인해 대만과 동남아시아로 생산지를 이관할 것을 고려 중이다. 

이 회사 대표는 "우리는 대만의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라며 "이것에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현지의 생산 라인은 수십년 동안 구축된 시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기관은 기업 유지를 위해 많은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Cheng Uei는 "미중 무역긴장으로 인한 위협 여부를 확실히 알았을 때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 생산수준-임금인상 속도 등 적합하지 않아

일단 베트남은 GoerTek이 베트남 북구에 위치한 오디오 제품 공장에서 최신 에어팟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반기고 나섰다.

초기 생산량만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추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쉽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생산라인이 이전되기 위해서는 시험생산 같은 첫 단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람대로만 된다면 '삼성'과 '애플'이라는 스마트폰 글로벌 거인을 모두 품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향후 다른 전자제품의 생산은 물론 기술이전 등 다방면에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수십년째 부품현지화를 외쳤지만 여전히 조립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주로 외국투자기업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현지 제조생산기업들의 수준이 꼽힌다. 아직 베트남에서는 일부 액세서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해 낼 능력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삼성이 발표한 협력업체 리스트에서도 1차 밴더에 현지기업들은 아예 선정되지 않았다. 박스포장 등 일부 자재생산 부문에서만 몇몇 업체가 선정됐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한국업체 대표는 "현지에서는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부품조차도 대량 생산할 능력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현지생산기지 이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급상승하는 임대료와 임금도 부담이다.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몰리다 보니 베트남의 임금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베트남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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